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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건강백과>환경과 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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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흡연은 인류 최대의 건강공적으로 폐암환자의 9할이 흡연자이며미국에서만 해마다 31만명이 담배때문에 사망한다.
그러나 한개비에 5분씩 생명을 갉아먹는다는 등 무조건 해로운것으로 묘사되는 담배에도 예외는 있다.
90을 훨씬 넘게 장수한 체인 스모커 러셀과 처칠이 대표적인예. 우리나라의 공초(空超 吳相淳)시인 역시 하루 9갑이상을피워댄 골초였으나 폐암은 커녕 고희를 넘기면서까지 왕성한 창작활동을 보인 바 있다.
이러한 이율배반은 최근 美신시내티의대팀이 발견한 15번째 염색체의 폐암유전자로 설명된다.
다행히도 이 불청객 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있는 사람에 비해 흡연유무에 상관없이 현저하게 낮은 폐암발생률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루게릭병.
의학분야에서 유일하게 발견자보다 환자 이름을 따 명명됐으며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강타자로 미국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루게릭을 사망케 해 일약 유명해진 질환이다.
그러나 건실하고 가정적인 루게릭에게 잘못이 있다면 부모로부터망가진 21번 염색체 일부를 물려받은 것밖에 없다는 것이 최근루게릭병 유전자를 발견한 美매사추세츠의대팀의 결론이다.
지금 미국에선 8백달러만 내면 혈액과 구강점막채취만으로 유방암.대장암.피부암.갑상선암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는 상업적인 검사법이 개발됐을 만큼 암유전자는 이미 대중화되고 있다.
인간의 무병장수를 결정짓는 양대산맥은 유전과 환경.
문제는 분자생물학의 발달로 이처럼 각종 질병의 유전자가 속속밝혀지면서 후천적인 환경보다 선천적인 유전의 역할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는 것.
2005년 9월30일은 유전자를 통해 신의 신비를 풀려는 바벨탑꼭대기에 마지막 벽돌이 쌓이는 역사적인 날이다.
90년 10월 美보건부를 주축으로 시작된 야심찬 인체게놈계획이 완성되기로 계획된 날이기 때문이다.
인체게놈계획은 조물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인체설계도를 46개의염색체속에서 30억개나 되는 유전부호형태로 낱낱이 찾아내는 방대한 작업으로 달착륙을 위한 아폴로계획과 원자탄개발을 위한 맨해튼계획을 능가하는 인류 최대의 프로쟎트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인체게놈계획의 완성으로 인체내 모든 유전자 기능이 밝혀지고 병든 유전자를 잘라내고 정상 유전자를 삽입하는 유전자치료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21세기 중반까진 건강을 위해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유전자의 취약성을 후천적인 환경의 배려로 극복하는 것만이 유일한 정답이다.
먼저 유전성 질환의 가족력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표참조〉 물론 이들 질환에 1백% 유전만 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일 집안에 이러한 질환을 앓는 환자가 있었다면 자신 역시 이들 질환을 앓을 수 있는 유력한 후보임을 인식해야한다.
유전형질이 나쁘다고 조상탓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열심히 해당질환의 위험인자에 노출되는 기회를 줄이고 유전상담과 조기발견을 위한 검진에 힘써야 한다.
〈洪慧杰기자.醫師〉 ◇도움말▲朴在甲 서울대 암연구소장▲金鉉主아주대병원 의학유전학교수▲申鉉承 삼성의료원 생명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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