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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대학 美서 정착단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가상대학(假想大學)은 이제 더이상 「가상」이 아니다.
기존 대학들과 비교해 조금도 손색이 없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어엿한 졸업생을 배출하는 「정규대학」으로 정착되고 있다.
95년 4월 어느날 美뉴욕대학(NYU)의 평생교육대학원.중장년층의 직장인이 대부분인 대학원생들은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강의를 듣고 의견을 나누고 리포트를 제출한다.
그러나 이들중에는 같은 시내에 위치한 뉴욕市의 명물 「자유의여신상」을 직접 본 적이 없는 학생들도 있다.
얼핏 들으면 이상한 것 같은 이 사실도 이들이 컴퓨터 속의 가상공간(Cyber Space)에서 강의에 참여하는 가상대학(Virtual University)학생들이라는 점을 알고 나면수긍이 가게 된다.
뉴욕대는 이미 92년 디지털 비디오장비와 다수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로터스社의 그룹웨어 노트)등을 갖춰 놓고 PC 통신망과종합정보 통신망(ISDN)을 통해 수업이 진행되는 가상대학을 개설했다.
졸업에는 16개 과목 이수가 필요한데 한 과목에 2천달러를 지불하고 참여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모뎀이 달려 있는 PC한 대가 전부.
기타 수업에 필요한 장비는 모두 대학측의 몫이다.
미국 각지에서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측이 마련해 놓은 장거리무료전화선에 연결된 PC로 전자강의를 받는다.다양한 멀티미디어기법으로 진행된 강의가 끝나면 열띤 온라인 토론이 벌어지고 토론결과에 따른 각자의 리포트는 전자우편으로 담당교 수에게 보내진다. 『사람들을 비행기에 태워 한 호텔에 모아놓고 몇시간동안 주입식으로 무언가 가르쳐주는 것은 경비와 생산성의 이중 낭비』라는 비질랜티(R Vigilante)학장의 말처럼 가상대학은 주로 바쁘게 세계를 돌아다니는 중견기업인들에게 애용되 고 있다. 기존의 원격교육과 달리 교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똑같은 조건에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가상대학의 가장 큰특징. 어느 때나,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는 이 가상대학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또하나의 원인은 대부분 정보체계에 관한 실용적인 지식을 중점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학생들은 자신의 회사에 심으려고 하는 바로 그 기술들을 맨 먼저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측면에서 보면 현대인의 생활패턴에 맞춘 불가피한 차선책일뿐」이라는 일부의 주장도 NYU의 가상대학에는 들어맞지 않는다. 학생과 교수간,학생들 상호간 의견교류가 전통적인 대면(對面)학급의 10배에 이르는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타인의 반응에 대한 당황함이나 주저함없이 마음껏 이야기할수 있는 장소가 바로 PC가 놓인 책상』이라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NYU 가상대학은 또 새로운 교육매체의 도입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 봄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해진 VCR장치를 통한 교육과정도 개설했다.
기존에 제작돼 있던 각종 비디오테이프 교육재료를 쌍방향 통신이 가능하도록 다시 제작해 보충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16개 과목을 이수하면 졸업증이 주어지고 같은 수의 일반수업과목을 추가하면 뉴욕대의 일반 석사학위도 수여되는 이 첨단대학학생들은 그보다 『미국의 대학교육을 리엔지니어링한다는 자부심이더욱 환상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NYU의 성공적 운영을 계기로 가상대학을 도입하려는 학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일부과목을 PC통신의 전자우편기능을 이용한 재택(在宅)수업으로 진행하는 것은 이미 미국 전역에 걸쳐 보편화된 상태.
美로스앤젤레스의 피닉스大는 NYU와 유사한 가상학교를 운영중이며 펜실베이니아州에 있는 카네기 멜론大는 화상회의시스템을 이용해 전세계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가상대학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올 상반기중 ㈜일본전신전화(NTT)후원으로 도쿄대.게이오대.와세다대등 16개 대학을 고속통신망으로 연결,인터네트를 통해 강의내용을 상호교환하고 질의 응답하는 온라인대학이 추진되고 있다.
참여대학 관계자들로 구성된 「21세기 정보통신을 생각하는 모임」은 이를 통해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가 중시되는 사회분위기를 「무엇을 공부했느냐」로 바꾸는 대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경희대 사회학과 황승연(黃承淵.35)교수의「정보사회론」강의가 PC통신 천리안을 통해 진행돼 온라인대학의막이 올랐다.
金政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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