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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무작정 따라 했더니 … 악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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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달 4일 현대건설 주가가 상한가로 뛰었다. 2004년 9월 9일 이후 처음이었다. 왜 올랐을까? 우선은 시장 분위기가 좋았다. 팔자를 이어가던 외국인이 이날 2600억원 넘게 사들이자 코스피지수는 3% 넘게 올랐다. 게다가 10년 만에 주주 배당을 추진한다는 사실도 호재였다.

그러나 이런 요인만으로 현대건설이 상한가까지 뛴 이유를 설명하긴 어려웠다. 이날 현대건설 주가가 급등한 건 ‘미래에셋 효과’였다는 게 시장의 정설이다. 전 거래일인 1일 장 마감 후 ‘5% 룰’에 따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대건설 주식 640만6994주(5.7798%)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미래에셋이 현대건설을 매집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이 반응한 것이다.

지난해 미래에셋의 펀드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자 시장에선 ‘미래에셋 따라잡기’가 유행했다. 미래에셋을 따라 하면 ‘대박’이 난다고 믿었다. 정말 그랬을까? 지난해 미래에셋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고 신고한 주식의 상승률을 추적해 봤다.

◇‘미래에셋 따라잡기’ 재미 못 봤다=2007년 미래에셋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처음 공시한 날로부터 22일까지의 주가 흐름을 조사한 결과 평균 2.5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3개 신규 취득 종목 가운데 9개만 공시 당일보다 주가가 올랐다.

미래에셋을 따라 했을 때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것은 삼성물산이었다. 지난해 3월 2일 공시를 보고 삼성물산을 샀다면 현재 수익률이 102.28%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9.23%)의 다섯 배를 웃돈다. 반대로 지난해 6월 인터넷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를 따라 샀다면 투자자들은 낭패를 봤을 것이다. 공시일(2007년 6월 4일) 7만6800원 하던 주가는 22일 3만9050원까지 추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3%도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시장이 한창 달궈졌던 11월 초 미래에셋의 보유 사실이 공시된 두산중공업·아모레퍼시픽·LG를 샀다면 지금은 원금의 5분의 1 이상을 까먹고 있을 것이다.

◇“따라잡느니 펀드 투자를”=다른 운용회사를 따라 했어도 성적은 신통치 않았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투신운용이 2007년 지분 5%를 신규 취득했다고 공시한 종목의 공시일 이후 22일까지 평균 등락률은 -2.56%. 15개 종목 가운데 주가가 오른 종목은 단 3개에 불과했다. 신영투신운용과 한국밸류자산운용이 사들인 종목을 따라 투자했더라도 22일까지의 수익률은 마이너스에 그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남이 하는 것을 좇아 하는 투자는 애초에 성공하기 힘들다”며 “남이 어떤 마음으로 그 종목을 샀는지 알 수 없는 탓에 기업에 변화가 생기면 팔아야 하는 건지 아닌지를 짐작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정근해 연구원은 “자신의 투자 원칙 없이 매매하겠다면 아예 수수료를 내고서라도 따라잡기의 대상이 되는 펀드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고란 기자

◇5% 룰=상장사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된 사람은 그날부터 5일 이내에 보유 상황을 공시하도록 하고, 이후 보유 주식이 1% 이상 변동하는 경우 변동일로부터 5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한 제도. 단 기관투자가(자산운용사)의 경우엔 보유 또는 변동이 있었던 다음달 10일까지 보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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