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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웰빙] 코스 메뉴 No! … 요것조것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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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터에게 메뉴판을 받아들고 우아하게 겉장을 넘긴다. '이번엔 꼭 일품요리로 주문을 해야지' 다짐하며 두 눈을 크게 뜬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A코스' 'B코스' 'C코스' 등 코스 메뉴만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 채 머릿속은 벌써 코스별 가격 비교로 복잡하다. 너무 비싼 건 부담이 크니 망설여지고, 그렇다고 제일 싼 것으로 시키자니 폼이 안 난다. 결국 중간 가격대의 코스 메뉴로 결정하고 만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자주 겪는 일이다. 획일적인 코스 요리에서 벗어나 개성있는 일품요리로 주문하고 싶지만 매번 결론은 코스 요리다. 풍성한 메뉴 구성과 실속 있는 가격이 큰 매력인 점도 있지만 일품요리를 제대로 시킬 줄 몰라서 그런 게 사실이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의 신상근 지배인에게 코스 메뉴를 거부하고 일품요리로 폼 나게 즐기는 법을 알아봤다.

◆코스 메뉴의 이해 먼저

일품요리를 제대로 즐기려면 일단 정식 코스 메뉴의 구성을 이해해야 한다. 화려한 프랑스 정찬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채→수프→주요리→후식의 순으로 이어진다. 중간에 샐러드.셔벳 .파스타.치즈 등을 넣어 내용을 좀더 알차게 꾸미기도 한다.

코스 요리가 폼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고급 정찬은 더 격식이 있다. 그래서 상견례 같은 자리에선 코스 메뉴를 찾는다. 그런 자리에서 일품요리로 까다롭게 굴다간 이미지를 그르칠 수 있다. 일품요리는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사이가 돼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가격은 코스 메뉴가 실속 있다. 한꺼번에 다양한 음식을 만들다 보니 비용이 적게 들어 서비스 차원에서 디저트나 음료는 원가 수준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품요리로 식사하는 것이 비싼 것은 아니다. 주문하는 수량을 알맞게 조절하면 원하는 요리만 먹으면서 코스 요리 이상으로 알차게 즐길 수 있다.

◆양식은 세 코스도 무난

요즘 인기있는 이탈리아 음식을 기준으로 일품요리를 즐긴다면 한 사람이 세 가지 메뉴만 시키면 무난하다. 우선 전채나 수프 코스 중에 한 가지만 고른다. 친한 사이라면 전채는 한두 가지만 주문해 여럿이 나눠 먹는다. 수프는 개인 취향 나름이지만 생략해도 상관없다.

다음은 피자나 파스타. 두 가지를 다 고르는 것은 세련된 선택이 아니다. 둘 다 먹고 싶더라도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한식으로 치면 한 자리에서 볶음밥이랑 맨밥을 같이 먹는 꼴이기 때문이다. 파스타는 선택의 폭이 넓다. 흔한 스파게티 누들보단 펜네(펜 모양).푸칠리(나사모양) 등 모양에 맞춰 다양한 소스로 골라 은근히 상대에게 자신의 음식 실력을 과시한다.

메인 요리는 크게 생선과 육류가 있다. 생선으로는 농어.참치.가자미.연어.새우.바다가재, 육류로는 양고기.쇠고기.닭고기가 주재료다. 파스타나 피자로 양이 찰 것 같으면 메인 요리를 생략해도 된다. 고기랑 생선이랑 다 먹고 싶다면 같은 생각을 가진 짝을 찾아서 한 접시에 나눠 달라고 주문하면 된다. 굳이 디저트나 후식 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

◆중식은 육.해.공 골고루 주문

중식이 일품요리로 즐기기 가장 좋다. 원래 전채라는 개념이 없는데 서구식 문화가 전해지면서 오향장육처럼 찬 요리가 전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문별 요리 가운데 해산물.가금류.육류 중 한 가지씩 주문하고 식사로 면이나 밥을 먹는다. 고기를 못 먹는 사람들에겐 야채나 두부 요리를 권하도록 한다. 전가복처럼 여러가지 식재료가 한꺼번에 들어간 요리는 일품요리를 챙기는 미식가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여러 가지가 섞여 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식은 넉넉한 기본 찬을 고려

일식에선 제철을 맞은 해초나 채소 등으로 쓰키다시(곁들이 안주)를 만들어 함께 낸다. 전채 개념의 요리를 따로 주문할 필요가 없는 셈. 사시미(회)가 부담스럽다면 스시(초밥)를 중심으로 풀어간다. 조림.구이.튀김류를 추가하거나 양이 적다고 생각하면 우동이나 소바로 마무리한다. 가장 세련된 일품요리 주문은 원하는 스시만 골라 먹는 것인데 값이 만만치 않을 것은 각오해야 한다.

*** 알쏭달쏭 음식용어 따라잡기

1.일식
▶돈부리=덮밥으로 줄여서 '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돈부리는 원래 밥공기보다 조금 큰 그릇 이름인데 음식명으로 바뀐 것이다. 돈부리도 올라가는 재료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데 가쓰동(돈가스덮밥).덴동(덴뿌라덮밥).규동(쇠고기덮밥).오야코동(계란덮밥) 등이 있다.

▶스시(壽司)=흔히 알고 있는 초밥이다. 식초와 설탕으로 간을 한 밥에 생선이나 조개.야채 등을 얹거나, 그 밥을 김에 싸서 낸다. 올라간 것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데 도로(참치뱃살).마구로(참치).에비(새우).사바(고등어).이카(오징어).이쿠라(연어알).우니(성게알) 등은 일본어 그대로 통용된다.

▶우동과 소바=우동은 밀가루를, 소바는 메밀가루를 주원료로 뽑은 면인데 지역.재료.먹는 방법에 따라 다른 이름이 있다. 사누키 우동은 일본 가가와현의 옛 지명을 딴 것. 기쓰네 우동은 유부가 올라간 것인데 여우가 유부를 좋아해 지어진 이름이다. 자루 소바는 묽은 간장에 적셔 먹는 메밀국수(소쿠리에 담은 것)를 말한다.

2.중식
▶삼선(三鮮)자장면=삼선(三鮮)은 해삼.새우.전복.죽순.표고버섯 등 고급 재료 중에 '세가지'를 의미하는데 삼선 자장면이나 삼선 짬뽕은 이들 고급 재료 세 가지를 더 넣은 것이다.

▶팔보채(八寶菜)=팔보(八寶)는 '8가지 진귀한 재료'를, 채(菜)는 '채소.요리.반찬'을 의미한다. 해삼.새우.오징어 등 해물과 야채(죽순)를 함께 볶은 요리.

▶라조기(辣椒鷄)=라조(辣椒)는 '고추', 기(鷄)는 '닭고기'. 양념한 닭고기를 튀겨 죽순 등을 넣고 맵게 볶은 음식이다.

▶류산슬(溜三絲)=류(溜)는 '전분을 넣어 걸쭉해진 것'을 의미한다. 산(三)은 '세가지 재료', 슬(絲)은 '가늘게 썬 모양'을 말한다. 가늘게 썬 세가지 재료를 걸쭉하게 만든 요리다.

▶깐풍기(乾烹鷄)=풍(烹)은 '튀긴 재료를 강한 불로 살짝 끓이는 것'이고, 기(鷄)는 '닭고기'를 뜻한다. 닭고기를 튀겨서 소스를 얹어 살짝 끓인 요리다.

3.스테이크 구이
▶레어(rare)=스테이크의 양쪽 겉만 살짝 익혀 썰었을 때 피가 흐르는 정도로 구운 것.

▶미디엄(medium)=겉은 익었으나 속에 약간 붉은 색이 남아 있을 정도로 구운 것. 고기 안의 붉은 살이 레어보다 더 익은 것은 미디엄 레어, 고기 안의 빨간 부분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들부들하게 구운 상태는 미디엄 웰던으로 구체적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웰던(welldone)=속까지 아주 잘 익혀 붉은 빛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딱딱하게 익힌 것.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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