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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스트라디바리우스 소리 비밀 안 풀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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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스터리가 아니라 마스터리.”

프랑스의 방송사 ‘아르테 프랑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미스터리’(2006)의 결론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이하 스트라디바리) 소리의 비결이 ‘마스터(master·장인)’의 숨결이었다는 뜻이다. 17세기 이래 스트라디바리의 소리를 따라잡은 악기는 없었다. 연주자와 청중을 열광케 하는 스트라디바리의 ‘레시피’에 대한 연구는 끝이 없다.

스트라디바리 가문이 살았던 이탈리아 크레모나에는 현재 150여 명의 현악기 제작자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이곳에 한 점 남아있는 스트라디바리의 제작실 묘사도를 샅샅이 살펴보며 그 비법을 연구했다. 인근 타르비시오의 숲에서 나무를 베어다 정교하게 만들어도 봤다. 그러나 스트라디바리와 같은 악기를 만든 제작자는 없었다.

소리의 비밀을 밝히는 연구에 과학자들도 뛰어들었다. 실험실에서는 스트라디바리의 Ⅹ선을 찍는가 하면 표면의 화학물질까지 분석했다. 프랑스 파리의 뮤직 뮤지엄 연구실은 2006년 “표면에서 납 성분이 많이 검출됐다”며 납과 소리의 연관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또 미국 텍사스주 A&M 대학은 같은 해 “해충이 명품 소리의 비밀”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북부 이탈리아의 숲에 들끓었던 해충 때문에 나무에 특수한 약품 처리를 했고 뜻하지 않게 좋은 소리를 얻었다는 것이다.

17세기 이탈리아를 강타한 한파 때문에 나뭇결이 촘촘해졌다는 설도 나왔다. 또 영국·독일 지역에서 20년 정도 나무를 건조시켰던 데 비해 이탈리아에서는 재료를 70여 년 동안 바싹 말렸다는 것도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됐다. 나무가 자란 토양의 질 또한 당시 이탈리아가 최적의 조건이었다는 결과도 나왔다.

연구자들은 악기의 몸통에 칠한 도료도 샅샅이 살폈다. 일명 ‘니스’라고 불리는 도료(varnish)는 현악기의 소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스트라디바리 가문의 1세대인 안토니오(1644~1737)는 아들에게도 이 도료의 비밀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의 도제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기술 전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 과학자들은 스트라디바리의 도료에 기름이 섞여 있는 특이점을 밝혀냈다.

하지만 비슷한 조건에서 악기를 만들어도 소리의 질은 달랐다. 연구자들은 공통적으로 “모든 조건을 동시에 갖추도록 허락한 신의 작품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처럼 풀리지 않는 스트라디바리의 비밀은 문학에도 영감을 줬다. 영국의 작가 존 포크너는 『잃어버린 스트라디바리우스』(1895)라는 소설에서 옛 주인의 유령을 불러내는 명기의 소리를 소재로 스릴러를 만들어 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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