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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장관 후보 ‘야망의 세월’서 ‘장관의 세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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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양촌리 김 회장댁 둘째 아들이 대한민국 문화 수장이 됐다.

18일 문화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공식 발표된 유인촌(57) 극단 유시어터 대표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0순위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뽑혀온 인물이다. 단지 이명박 당선인과의 개인적 친분 때문이 아니다. 40년 가까이 연극·방송·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배우로 활동했고, 극단 대표를 맡아 경영에 대한 노하우를 습득했으며, 초대 서울문화재단 대표로서 예술행정에 대해서도 경험을 쌓아 왔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대중을 상대하며 터득한 설득력과 현장 감각, 교수(중앙대 연극영화과)로서 문화예술에 대한 깊은 조예, 행정가로서의 전문 식견 등을 고루 갖춰 ‘최상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준비된 장관’이라는 게 문화예술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 후보자는 형(유길촌·전 MBC PD)의 권유에 의해 방송에 입문했다. 말쑥한 외모로 스타로 발돋움하던 그에게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의 양촌리 김 회장댁 둘째 아들이란 배역은 구수하고 정감 어린 이미지를 심는 큰 힘이 됐다. 주말 연속극 ‘야망의 세월’로 이명박 당선인과 인연이 닿기 시작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여기에 1990년대 후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KBS 역사스페셜’의 진행은 유 후보자에게 ‘신뢰도’라는 또 하나의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다.

유 후보자는 연극 무대에서 더욱 빛을 뿜어냈다. 배우로서 첫 데뷔 무대는 ‘오델로’, 대표작으론 ‘햄릿’ ‘문제적 인간 연산’ 등이 꼽힌다. 특히 다섯 번이나 공연한 ‘햄릿’에서 보여준 번민과 카리스마를 오가는 복잡다단한 연기는 그를 최고의 연극배우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e-메일 주소가 ‘hamlet2005’인 유 후보자는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거론될 때마다 “장관엔 욕심 없지만 은퇴하기 전 햄릿은 꼭 한 번 더 하고 싶다”며 강한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배우 시절 그는 늘 집에서 연습장까지 뛰어다녔다. “연기력도 결국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나온다”는 게 그의 연기관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 후보자는 ‘자유인’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모두들 이명박 당선인 주변에 줄을 대기에 급급했던 것에 반해 그는 ‘걷기’에 여념이 없는 ‘워크홀릭’이었다. “부르면 한다. 그렇지만 나서서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오히려 서울의 곳곳을 걸어 다녀 ‘서울문화지도’를 완성하는 게 내 심성과 더 맞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된 그에게 놓인 산은 만만치 않다. 우선 노무현 정부 시절 이창동씨가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불었던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유 후보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자신만 돋보이게 하면 되고, 대중 앞에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스타와 달리, 장관은 상충된 이해 관계를 정리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기획 조정자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문화관광부는 정보통신부와 국정홍보처의 기능까지 일부 흡수한 공룡 부서가 됐다. 과연 그가 이번엔 어떤 카리스마를 발휘할지, 위험하면서도 매혹적인 무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최민우 기자

◇야망의 세월=1990~91년 KBS-2TV에서 방영된 주말 연속극(사진). 운동권 출신의 주인공 박형섭이 대한그룹에 입사해 시련을 딛고 성공하는 과정을 그려 큰 인기를 끈 작품으로 이명박 당선인이 모델이다. 당시 부부로 출연했던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탤런트 전인화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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