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政黨不信의 일본선거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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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日本)의 이번 지방선거는 리더십부재(不在)의 정치혼돈과최악의 경제침체에 빠진 일본이 장차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 하는힌트를 보여줄 것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선거결과는도쿄와 오사카에서 모두 무소속후보가 기성정당 의 후보를 누르고당선되는 이변(異變)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사람의 당선자 모두 돈 안쓰는 선거운동을 벌였고,평소기성정치의 부패를 공격하는 「정치정화(淨化)」를 기치로 내건 사람들이었다.「안정」을 내세운 행정가출신의 집권당 후보와 「행정개혁」을 내건 경영가출신의 무소속후보가 이들에 게 패배했다.
이런 선거결과는 일본유권자들이 기성정치를 극도로 불신하고 있으며,안정과 개혁에 앞서 정치부패의 해결을 가장 급선무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38년간의 자민당 장기집권과 보혁(保革)구도가 무너진 일본정계에서도 反부패와 개혁의 바람이 일고 있지만 자민-사회당 연립정권의 출현에서 보듯 원칙도,기준도 없는 정당.정파간의 이합집산과 이른바 담합정치의 폐습은 여전히 답습되고 있 음이 사실이다. 이번 선거는 이런 기성정치의 무원칙과 혼란에 대한 국민의심판이라고 할 수 있고,일본정치의 새방향이 反부패.깨끗한 정치에서부터 모색돼야 함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도 일본선거의 이런 결과는 여러가지 시사(示唆)와 교훈을 던져준다.우리와 일본간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우선 시장후보가 정치인型이냐,행정인 또는 경영인型이냐 하는 논쟁도 그렇고 「지지할 정당이 없 다」는 유권자가 50~60%대에 이른다는 점도 그렇다.돈 안쓰는 깨끗한 선거를 만들어야겠다는 국민적 숙원도 마찬가지고,기성 정치판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것도 닮은 구석이 있다.
이런 여러 비슷한 요소를 생각하면 우리도 일본처럼 「이변」을보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그렇다면 우리 정치권도 일본에서처럼 유권자(有權者)의 불신을 사는 요소가 뭣인지를 성찰하고 6월선거에서 「돈문제」와 공천후보의 인물형 결정에 느끼는 바가 많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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