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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21><나는이렇게생각한다>규칙지키는 열린교육 효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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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십여년전만 해도 학교에서 아이들은 나를 보면 대부분 도망갔다.교장 선생님이라는 권위앞에 위축이 되고 무서웠던 것이다.그러나 요즈음 나를 보고 도망가는 애들은 없다.자연스레 다가와서 용건을 말한다.십여년에 걸쳐「열린교육」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중심으로 운영하는「열린 학교」를 아이들의 창의력을 기른다는 명분으로 버릇 없고 방자한 행동조차 용인하는 곳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그러나 가족단위의 작은 집단에도 질서 유지를 위한 규칙이 있듯 열린 학교에도 당연히 교 칙이 있다.
교내의 시설물을 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방지를 위한 규칙뿐 아니라 집단생활하는 과정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자제하도록 하는 규칙도 있다.즉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또 함께지내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기본적인 예절을 익히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교육이란 권위를 바탕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교사는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슴에 와닿지 않는 피상적 질문과 무의미한 아이들의 대답으로 이어지는 의사소통은 뚜렷한 가치관과 주관을 지닌 자율적 인간을기르지 못한다.
의사소통 방법 대신 체벌을 사용한 교사들이 곤경에 빠진적이 여러번 있었다.그때마다 체벌을 가한 교사와 그 교사를 옹호하는편 교사들은「사랑의 매」라는 미명으로 그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한다.이미 상식화된 체벌 금지라는 조치가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아직도 무시되고 있다.쉽사리 이 조치를 무시하는 이유는 교사와학부모 사이에,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에 폭력을 관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프랑스의 교육철학자 루소는 체벌을 맹렬히 반대했다.그의 사상을 이어받아 실시한 열린 교육은 그동안 잔재해온 체벌 없이도 아이들을 충분히 지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동물은 매로 다스릴 수 있겠지만 언어소통이 가능한 어린이는 말로 설득하고 사랑으로 다스려 정신적으로 성숙한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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