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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논의 잡초 뽑기 정치는 천수답 바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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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9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1173명(비공개 13명) 중 법조인은 130여 명(11.1%)이다. 2004년과 비교할 때 규모는 두 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포인트 이상 늘었다.

특히 검찰 출신이 많다. 검사장급 이상만 6명이다. 이범관 전 광주고검장(경기 이천-여주), 김진환 전 서울지검장(서울 광진갑), 이훈규 전 인천지검장(충남 아산), 이한성 전 창원지검장(경북 문경-예천), 윤종남 전 서울남부지검장(충남 천안을), 경대수 전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등이다. 부장검사 이상으로는 김상도 의정부지검 차장(경기 의정부갑), 김진태 전 수원지검 형사부장(경북 구미갑), 심장수 전 강릉지청장(경기 남양주갑) 등이 공천을 노리고 있다.

17대에 이어 연속 도전하는 유영하(경기 군포) 변호사, 한나라당 클린정치위 소속으로 ‘BBK’ 사건 대응 논리를 마련했던 오세경(부산 동래)·은진수(서울 강동갑) 변호사,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참여했던 정준길(서울 광진을) 변호사 등은 수사 검사를 거쳤다.

판사 출신으로는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박해식(경북 구미을) 전 판사, 김경호(부산 북-강서을) 전 밀양지원장, 홍성칠(경북 문경-예천) 전 상주지원장이 공천을 신청했다. 문경-예천에는 홍 전 상주지원장 외에 상주지청장을 지낸 이한성 전 검사장이 나서 ‘법-검’ 대결을 펼치고 있다. 안기부 차장을 지낸 정형근(부산 북-강서갑) 의원에게는 법조 후배인 손교명 변호사와 박민식 전 검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손 변호사는 당 재정국장 출신이다.

미국 변호사 출신도 있다. 개그맨 고 김형곤씨의 동생인 김형진(경기 고양일산갑 당협위원장) 변호사와 이명박 당선인의 측근이자 청와대 민정수석 하마평에도 올랐던 신재현(대구 달서을) 변호사 등이다. 대통합민주신당 공천 희망자들 중에도 법조 출신이 여럿이다. 이들은 주로 호남을 선호한다. 임내현(광주 북을) 전 광주고검장, 김진관(전북 익산을) 전 제주지검장, 조기선(광주 북갑) 전 광주지검 부장검사 등이다.

◇법조인 정치 진출 왜 느나=이들은 공통적으로 “법을 운영하는 위치에서 느낀 한계를 입법기관에 들어가 극복하고 싶다”고 설명한다.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이 논의 잡초를 뽑는 일을 한다면 정치는 꼬부랑 논이나 천수답을 관개 논으로 바꾸는 작업”이라 고 지적했다. 서울 광진갑에 공천 신청을 한 박양진 법무법인 아주 공동대표도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많이 떨어진 분야인 법조 문화의 선진화를 위해 일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대 장훈 교수는 “법조 출신 정치인이 늘어나는 건 미국 등 선진 국가의 추세”라며 “정치 진입에 필요한 ^자금 ^지식 ^인지도 등 세 가지 조건을 법조인들이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에서는 “직업 속성상 문구 해석에 집착하고 송사(訟事)에 익숙한 법조인들의 국회 진출이 늘면서 유연한 타협보다는 갈등이 더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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