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日교섭 너무 걱정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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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재개된 북한(北韓)과 일본(日本)의 관계개선을 위한 접촉을 두고 여러차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경수로 선정문제로 북한이 또 한차례 모험주의적 도박을 하려는 미묘한 시점에 일본이 끼어들어 상황을 더 꼬이게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북한과 미국의 관계개선이 가시화되고,미국기업의 북한 진출이 예상되는 판에 일본도 뒤지지 않으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하필이면 이같은 때를 택했느냐는 것이 일본을 나무라는 이유다.미국과의 접촉처럼 우리를 빼돌리고 일본과 접촉하려는 북한 의 정책에 결과적으로 동조하는게 아니냐는 논리다.
우리 정부가 수교교섭 재개를 위한 일본 연정(聯政)3당 대표단의 방북(訪北)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냈던 것도 그런 측면을 경계하자는 것이었다.우리의 입장에서는 일본에 대해 北-日 접촉이 한반도안정에 역기능을 하지 않도록 당연히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그래서 정부는 일본정부에 대해 핵문제와 남북한 관계가진전되는 것과 보조를 맞춰 북한과의 관계를 조정해달라고 새삼 요청하고 있다.
이는 재론할 필요도 없는 당위론이다.다만 이 경우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입장표명이 혹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켜 우리목적을 이루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받게 될 가능성이다.일본 정부와 우리 정부간에 정책조율만 제대로 된다면 北-日간의 접촉과 관계개선은 한반도정세를 호전시키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일이다.북한으로 하여금 여러 대화채널을 갖게 함으로써 국제사회의여론을 듣게 하고 설득하는 효과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이른바 남북한의 교차승인정책을 내세운바 있다.북한과 일본의 접촉을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뿐만 아니라 북한과 일본간의 교섭은이미 여덟차례나 진행되다 1992년에 중단된 것 을 재개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곧 北-日간의 교섭이 재개된다고 해서 걱정만 할 일이 아니라 일본정부와의 공조를 통해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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