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약모범국에 安住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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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약관광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태국에 관광간 한국인 한쌍이 호텔에서 헤로인을 주사하다 여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이와함께 7백만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히로뽕과 원료 1천억원어치 3백㎏을 중국에서 밀수입한 선원7명이 구속됐다.
그런가 하면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아편을 음성적으로 재배하고,주민들은 약 대신 아편을 먹다 중독되는 일이 잦다는 귀순동포들의 증언도 나왔다.
모두 같은날 신문에 실린 내용들이다.하루 아침에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마약관련 기사를 봐야 하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다.
그동안 남의 일로만 여겼던 것이 갑자기 발등의 불이 됐다는 느낌이다. 우리나라는 마약류 단속 모범국가로 공인돼 있다.89년대검찰청에 마약과를 신설하고,관계당국 합동으로 집중단속을 펴 조금씩 늘던 마약사범이 격감한 것으로 되어 있다.국제마약기구에서 마약단속 성공국가로 뽑혀 외국에서 단속방법을 배우러 까지 오는 형편이다.
그러나 실제는 단속의 눈을 피해 투약방법이 점점 밀실화.다양화되는등 오히려 병을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투약 대상도 유명연예인.운동선수에 그치던 것이 총알택시 운전사.농민.주부에 이르기까지 각계 각층으로 번졌다.
적발되는 마약의 양이나 종류도 매번 신기록을 세우다시피 했다.이미 지난해부터 러시아.중국.북한등 마약제조 신생국가를 특히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왔지만 관심있게 대책을 세웠는지 의문이다. 이제 우리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해서라도 뿌리부터 없애고,발붙일 곳을 도려내야 한다.마약중독의 1차 피해자는 중독 당사자인만큼 당사자는 물론,가장 가까운 가족과 이웃이 감시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정부는 마약 거래와 관련해 모은 재 산을 모두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법제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마약사범이 국내에 한정되지 않고,국제적으로 파급되고 있는만큼 국제공조체제를 더욱 긴밀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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