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 막강 가드진 앞세워 우승 넘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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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가드 왕국’을 건설하며 2위까지 치고 올라온 삼성이 여세를 몰아 우승에 도전한다.

가드 왕국이라지만 걸출한 가드 1명에 좌우되는 절대왕정은 아니다. 이상민·강혁·이정석·이원수로 이어지는 가드진이 고루 역할을 분담하면서 왕국을 떠받치고 있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삼성은 최근 17경기에서 14승을 챙기며 13일 현재 2위(26승16패)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삼성은 서장훈을 중심으로 한 센터의 팀이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서장훈이 뛰던 다섯 시즌 동안 삼성은 6강 플레이오프에 매번 얼굴을 내밀었다. 2005~2006 시즌에는 7전 전승으로 ‘퍼펙트 우승’도 했다. 하지만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서장훈을 KCC에 내주고 가드 이상민을 영입하는 모험을 했다.

센터 중심의 팀이다 보니 박진감이 떨어져 흥행에서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판단에서였다. 서장훈의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점도 개선해 보고 싶었다.

올 시즌 들어 가드 왕국의 시작은 미약했다.

삼성은 3라운드까지 5할 승률에 턱걸이하며 공동 5위에 그쳤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팀 플레이가 살아났다. 돌파와 외곽슛에 능한 삼성의 가드진은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의 경계선을 허물었다. 볼 배급을 맡았던 이상민이 득점포를 가동하면 강혁이 볼 배급을 대신 하는 식이다.

이상민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도 강혁과 이정석·이원수가 이렇게 움직였다. 상대들은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삼성 가드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풍부한 가드진의 활용으로 ‘이규섭의 재발견’이라는 의외의 소득도 얻었다.

지난 시즌까지 평균 12.76득점에 그쳤던 이규섭은 올 시즌 풀타임을 뛰며 평균 16.05점을 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 삼성의 패스는 골밑에 있는 서장훈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가드진들이 다양한 패스를 시도하면서 외곽이 좋은 이규섭에게 가는 패스도 늘었다.

센터 중심의 플레이에서 소외됐던 그는 주전 자리를 꿰찼고 삼성의 주득점원으로 나섰다.  

 한편 13일 안양에서는 오리온스가 김승현(17득점·7어시스트)의 활약을 앞세워 KT&G를 86-80으로 꺾었다. 오리온스는 시즌 7승째(34패)를 올리며 4연패에서 탈출했다. KTF는 부산 홈경기에서 모비스를 80-68로 눌렀다. KTF는 2연승을 달렸고 모비스는 4연패에 빠졌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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