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상냥한 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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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교포2세 신부가 한국에서 온 유학생과결혼 후 유학을 끝낸 신랑과 한국에 왔다.
서울 생활을 시작한지 1년 후 무엇이 가장 힘들었느냐는 질문에 그 여성은 서울 사람들의 「무표정한 시선」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서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상냥해지고 친근하다가도 모르는 이에게는 갑자기 냉담해지고 심지어는 경계심 어린 눈으로 노려볼 때도 있다.심각한 일이다.
신세대야 조금 다를지 모르겠으나 우리네 한국 남편들은 늦게 귀가해 아내에게 하는 말이 고작 『별 일 없나』『밥 묵자』『고만 자자』의 세마디라는 우스갯소리가 별로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요즘이다.
무표정과 대화 부족으로 생기는 구석구석의 불편함.오해,이런 것으로 인한 손실을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아마 상당한 수준이 될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모양이 미소 지을 기분이 아니라고 한다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아파트나 빌딩 엘리베이터안에서 마주치는 이웃에게 따뜻한 시선과 함께 간단한 인사정도를 나누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모르는 사람과도 「미소 짓기」「인사 나누기」등의 캠페인이라도전개해봄직하다.서로 마주 앉아 얼굴을 맞대고 먼저 웃는 사람에게 벌을 주는 「웃음 놀이」라는 게 있다.차라리 웃는 얼굴을 먼저 거두는 사람에게 벌을 주는 놀이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백화점 안내원이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할 때에도 고객은 고객대로 안내원의 정중한 인사에 무표정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따뜻한 미소라도 보내준다면 부모를 따라 함께 온 어린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부모의 그런 행동을 보고 인사하는 습 관이 몸에배게 될 것이다.
국제화.세계화다 하여 외국인과 언제 어디서고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며 살아가야 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와 있다. 지금 우리들끼리 서로 미소를 교환하고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다면 이는 세계화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격이 될 것이다.
각박한 사회로부터 인정이 넘치는 진정한 의미의 선진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우리의 「인사문화」「대화문화」를 각자가 새롭게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예수님의 가르침 중 「이웃 사랑」의 시작은 바로 상냥한 미소가 아닐까.

<임중순 동신금속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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