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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 개편, 여수 엑스포 걸림돌 되지 않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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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여수 엑스포 유치는 유치에 한 번 실패했던 2010년 엑스포 유치 준비 기간까지 합쳐 무려 7년간 심혈을 기울여 이룬 성과다. 정부는 앞으로 여수 엑스포를 발판 삼아 해당 지역의 경제적 발전은 물론 세계 5대 해양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그동안 계속 발표해 왔다. 이것은 여수 엑스포가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엑스포와 해양환경 문제를 결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공적인 엑스포 개최 준비는 만만치 않은 듯 보인다. 당장 주무 부서인 해양수산부가 정부조직 개편의 회오리 속에서 도마 위에 올라 있다. 통상 이 정도 규모의 국제행사를 준비하는 데 4년이란 기간은 결코 길지 않은데, 처음부터 개최 준비 작업들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는 모습이다. 여수 엑스포 유치가 확정된 후 첫째 단계로 해야 할 일이 엑스포 개최 준비를 위한 별도의 조직위원회 설립이다. 그런데 아직도 해양수산부 산하 임시조직인 엑스포 준비기획단에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조직위원회 설립을 위해 국회에 제출돼 있는 특별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관련 협상이 난항을 겪게 되면 조직위원회 설립을 위한 특별법 또한 정상적인 처리를 장담할 수만은 없을 터이고, 그러면 당장 5월 여수 엑스포 인정신청서 제출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조직위원회를 재단법인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주무 부서의 재단법인 설립 허가가 필요하다. 현재 정부조직 개편 논의대로라면 국토해양부가 여수 엑스포 추진의 주무 부서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그렇다면 국토해양부 내에 엑스포 전담 조직을 만들고 조직위원회 구성을 해야 할 터인데, 그러고 나서 과연 5월까지 여수 엑스포 인정신청서를 정상적으로 세계박람회기구에 제출하려면 정말 시간이 촉박해 보인다.

여수 선언과 여수 프로젝트 추진도 우려가 된다. 우리는 효율적인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연안 및 해양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소위 ‘통합적 연안관리’의 정신을 담은 여수 선언을 엑스포 개최 기간 중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해양수산부가 전담하고 있는 기능이 국토해양부·환경부·농수산식품부·지방자치단체·정부출연연구기관 등으로 분산되면 어떻게 여수선언에 ‘통합적 연안관리’ 정신을 담아 이를 국제 사회에 주장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여수 프로젝트도 마찬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국가로서 해양환경·기술·수산·항만·해운 등 해양 관련 분야에 대한 통합 해양행정에 관심이 있는 개도국을 지원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여수 프로젝트다. 실제로 여수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많은 개도국이 여수 프로젝트에 매력을 느껴 우리를 지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주무 부서의 기능이 서로 다른 부서로 분산되면 다른 부처 간 이기주의로 인해 어느 한 측면에만 집중하는 프로젝트로 변질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우리 내부의 문제로 인해 여수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박람회기구 사무총장은 얼마 전 새 정부 출범으로 여수 엑스포 개최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정부조직법에 관한 논의가 어떻게 결론 나든 오랜 기간 국력을 모아 유치한 소중한 여수 엑스포를 기억에 남는 지구촌 잔치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할 때다.

정서용 고려대·국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