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남탓만 하는 패륜 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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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1일 오전 금용학원 김형진(金衡鎭)이사장의 살해범 김성복(金成福.41)씨가 서울성동경찰서 유치장에서 기자들에게 아버지를죽인 심경을 털어놓았다.
『가족 모두가 아버지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한다면 그건 더이상 가족이 아니다』『40년동안 아버지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아버지는 모든 사람을 돈을 기준으로 평가했다』며 자신의 잔혹한 패륜을 아버지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金씨는 검거 당시 『돈 때문에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밝혔으나이날은 『돈 때문만은 아니다.다른 가족이 조금씩은 관련돼 있으니 돈 때문인 것으로 해두자』며 범행동기에 대해 횡설수설했다.
金씨는 이어 『아버지가 평소「불쌍한 사람에게는 모든 걸 주고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1원도 안주겠다.진실된 사람에게는 진실로 대하지만 가식은 절대 용서치 않는다」고 말했다.아버지는 훌륭한 사람이었다』며 자신이 살해한 부친에 대한 외경심(?)을 나타냈다.
金씨는 또『세대차에도 불구하고 수백년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따뜻한 인간미」인 데 나의 아버지에게서는 이를 느낄 수없었다』며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증오를 내뱉기도 했다.또 이 점을 분명히 보도해줄 것을 요청해 기자를 당황케 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 대해서 金씨는 『교수가 천직이다.대학교수로서 보다 인간적인 스승이 되고 싶었고 인간적으로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金씨의 살부(殺父)를 정당화하는 듯한 자기변명식 부친관(觀)과는 달리 金이사장은 자수성가한 월남인 이어서 성격이 꼼꼼하기는 했지만 뒤끝이 없는 데다 학교법인을 운영하고 고아원.양로원에 기부하거나 방문하는등 사회사업에 관심을 잃지 않았다고 주변사람들은 말한다.
아버지와의 갈등만 줄곧 강조하고 가치관의 차이가 살인의 원인인 것처럼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던 金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해강농수산의 부채등 사업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버지만은 하늘나라에서라도 왜 내가 당신을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 알 것』이라며 한숨 쉬는 큰아들 金씨를 망자(亡者)는 과연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金俊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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