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바로알자>우등생=越班 판단은 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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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 2학기부터 월반.속진제가 본격 시행되기에 앞서 시범연구학교인 경주 신라중학교에서 월반 학생 5명이 처음으로 나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은「속진」하면 「월반」을 떠올리지만 속진의 형태는 무려 17가지나 된다.이들 방법은 그것이 얼마나 급진적이냐에 따라 학년별 속진(월반),이수과정 압축,교과별 속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중학 2학년이 3학년 과정을 배우지 않고 고교로 진학하는 방법이 학년별 속진,중학 3년과정을 2년동안에 모두 배우는 방법이 이수과정 압축,특정 과목만 상급학년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과목별 속진이다.
이 세가지 방법중 학생들에게 부담이 가장 크면서도 창의성 계발 여지는 가장 적은 방법이 학년별 속진이다.그런가 하면 교과별 속진은 학생들에게 가장 부담이 작고 창의성 계발의 여지도 크다. 그러나 교과별 속진은 현행 교육체제로는 학교에서 달라져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 아직은 실시하기 어렵다.학생들이 다양한 수준의 교과목 중에서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교실 수가 더많아져야 하며,교사 수도 더 늘어야 한다.
이 세가지 유형중에서 신라중은 학년별 속진(월반)방식을 택했고 횡성의 민족사관고교는 이수과정 압축방식을 도입한다고 한다.
과목별 속진은 대학에서의 학점제와 유사하나 현재 실시하는 학교는 없다.
여러나라의 학자들은 영재성 계발에 속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다만 2,3학년을 뛰어넘는 급진적인 속진은 위험할 수 있다는주의를 빠뜨리지 않는다.사실 일반인들은 학급에서 1,2등 하는학생을 속진 대상자로 보지만 오히려 이들은 그 다지 속진이 필요하지 않다.그만큼 속진 학생을 판별하는 작업은 어렵다.
현행 학교체제라면 속진이 필요한 학생은 중학 수준에서 이미 학습부진아가 되어버렸을 가능성이 많다.국민학교때부터 학교공부에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재라도 현재 학년에서 잘 적응하는 학생에게는 특별히 속진이필요하지 않다.너무 학습 속도가 빨라 현재 학년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학생에게 충분히 지적 도전감과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이 속진제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체격.사회성이 잘 발 달해 상급 학년이나 학교에서도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의 학생이어야만속진이 그 학생에게 도움이 된다.
속진제는 반드시 심화학습 프로그램과 병행 실시돼야 한다.이는속진 대상자의 판별이 더 타당하게 이루어지고 그들의 창의성을 충분히 계발시켜 주기 위해서다.

<조석희 한국교육硏 영재교육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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