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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에바란다>4.의식은 혁명,제도는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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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국민들은 적어도 입시지옥에서만은 해방되고,교육의 수월성을 제고해야 하며,교육 재정투자를 늘려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다.특히 암기위주의 교육과 과밀학급을 해소시켜야 하고 인간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공감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치고 학생들이 새벽에 등교해 밤 11시가 넘어 귀가하는 고등학교는 없다.또한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능가하는 나라도,공무원 출근시간을 늦춰가면서까지 대학입시를 치르는나라도 없다.이번 개혁에서는 반드시 대학입시 지옥을 해소하는 획기적 방안이 제시돼야만 한다.
엄격히 따지면 대학입시는 정부의 입시관리권,대학의 학생선발권,고등학교의 학생추천권,학부모의 교육위탁권,그리고 학생들의 학습권과 모두 관련돼 있다.이 점에서 내신성적 뿐만 아니라 다른선발 준거에 따라 고등학교에서 학생을 추천할 권 리도 확대시킬필요가 있고,대학 스스로 건학이념과 대학 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자율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사회봉사를 점수화하고 소외된 집단의 자녀를 특별전형하며 예체능 특기자 뿐만 아니라 특수교육대상자와 해외동포.외국 인,그리고 남다른 업적을 가진 자에 대한 특별전형등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이번 교육개혁에서는 다른 것은 못하더라도「시험에 취한 학생」(testholic student)과「교육에 취한 학부모」(educolholic parent)를 우 리 사회에서 줄이는 획기적 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두번째로 이번 개혁에서는 올바른 교육문화를 정립하도록 하여야한다.우리는 지금껏 교육제도와 정부만을 탓해왔다.물론 교육제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우리 학부모 자신들도 오늘의 교육현실을 초래해온 장본인인 점을 부인할 수 는 없다.자기자식만을 일류대학에 진학시키려는 지나친 경쟁의식이라든지,수단과방법을 가리지 않는 결과주의적 사고가 어떤 형태로든 일조한 셈이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의 가장 근본적 문제라 볼 수 있는 2개 과제가 있다.17조6천억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어떻게 공교육비로 흡수할것인가.우리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어떻게 세계화에 대비할 교육으로 승화시킬 것인가.이번 교육개혁에서는 이를 위 한 정책대안이적극 검토돼야만 한다.
다음으로는 교육재정과 관련된다.우리나라의 교육재정은 선진국에비교할 때 2분의1 내지 3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적어도 GNP대비 교육비가 5%는 확보돼야만 한다.그러나 이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의미는 아니다.적어도 98년까 지는 GNP의5% 교육비가 확보될 때 나름대로의 교육여건과 교육의 질 향상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인간교육에 대한 획기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우리는「도덕적 문맹자」들을 배출하면서도 인재양성을 했다는 생각을 지녀왔다.도덕과 인성에 결함을 지닌 것은 별 문제시하지 않고 오직 산업현장에 부합되는 기술인력 양성에만 치중해 왔다.이제는「교육복지국가」의 관점에 서야만 한다.협력과 경쟁이 조화로운 인간교육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교육개혁을 하기에 앞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교육혁명이냐,아니면 교육개혁이냐」의 관점이다.교육에서 급격한 변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급격한 변화는 그만큼의 부작용이 수반될 뿐만 아니라 교육은 산업체와 달리 인간 을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이다.올바른 교육문화를 정립하기 위한 교육의식은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하지만 제도나 체제는 점진적으로 개혁돼야 한다. 이번 교육개혁이 법적.제도적 개혁에만 그치지 않기를 기대한다.반드시 교육의식이 혁명적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그럴 때에만 교육개혁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적어도 정부 주도형 교육개혁이 아니라 국민주도형 교육혁명이 돼야 하며 학교교육에만 치중하지 않고 학습사회를 지향하는 개방체제적 사고로 출발해야 한다.
이번 교육개혁은 일과성 「깜짝쇼」가 아니라 21세기를 대비한것이어야 하며 국민 모두가 함께 하는 개혁이기를 기대한다.
▲한양대 교육학과 졸업▲美 사우스 일리노이대 철학박사▲부산대교수▲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 <이현청 대한교육협의회 고등교육硏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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