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참패조차 부정하는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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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4일 당 혁신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자주파(NL)와 평등파(PD)의 살얼음 동거가 창당 8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비상대책위 대표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당 대회를 통해 국민들이 확인한 것은 낡은 질서가 여전히 강력하게 당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저와 비대위원 전원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참패조차 부정하는 당대회”라고 한탄했다. 3일 밤 당 대회에서 ‘심상정 비대위’(평등파)가 제출한 당 혁신안이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의 저항에 부딪쳐 무산될 때부터 심 대표의 사퇴는 예고된 것이었다.

심 대표의 사퇴는 민노당의 공중분해를 의미한다. 조승수 전 의원, 김형탁 전 대변인 등 강경 평등파 그룹은 이미 탈당해 새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 중이다. 노회찬 의원은 5일 탈당 의사를 밝히고 심 대표도 결국 탈당 그룹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에서도 당원들의 집단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민노당이 분당 사태를 맞은 것은 북한에 대한 시각 차이가 주요인이다. 원래 민노당은 2000년 진보진영 내에서 빈부격차 해결을 중시하는 평등파가 주축이 돼 만든 정당이다. 그러나 당세 확장 과정에서 통일 문제를 중시하는 자주파가 대거 당에 합류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양측의 갈등이 본격화한 것은 2006년 북핵사태·일심회 사건 등에서 당권을 쥔 자주파가 노골적인 친북 성향을 드러내 민심과 급격히 멀어지면서다. 평등파는 “비핵 노선을 추구하는 정당으로서 당연히 북한의 핵 개발을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권을 쥔 자주파는 “북한의 핵 개발은 자위권의 일종”이라고 두둔했다. 자주파에게 북한은 ‘성역’이나 마찬가지지만, 평등파는 공공연히 북한을 ‘군사왕조집단’이라고 비판할 정도로 인식 차가 컸다.

지난해 대선 때는 자주파가 북한 주장을 베낀 ‘코리아 연방공화국’이란 슬로건을 들고 나오자, 평등파는 “국민들은 통일보다 자녀 교육비와 돌아오는 카드 결제일이 더욱 큰 관심사”라고 반박해 격렬한 논쟁이 일었다.

이에 평등파는 자주파의 친북 노선이 당을 망쳤다고 보고 대선 이후 ‘종북주의’ 청산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당 쇄신안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수적 열세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자 ‘갈라서기’를 선택한 것이다. 의원 가운데 심상정·노회찬·단병호 의원은 평등파, 이영순·강기갑·현애자·천영세 의원은 자주파, 권영길·최순영 의원은 중도 내지는 범자주파로 분류된다.

그러나 홀로 남은 자주파나 뛰쳐 나온 평등파나 총선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자주파만의 민노당은 ‘친북 정당’ 이미지가 더욱 가속화될 게 뻔하고, 평등파는 조직 기반이 취약해 새 당을 만들더라도 세를 모으기 어려운 실정이다. 당 관계자는 이날 “대선 때 당 득표율이 겨우 3.01%였는데 그나마 둘로 쪼개지면 양쪽 모두 비례대표 배분 요건인 득표율 3% 기준을 채우기 힘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당 노선 투쟁이 일반 유권자에겐 ‘그들만의 리그’로 비치는 것도 부담이다. 이번 분당 사태는 민노당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민주노총·전농 등의 조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글=김정하·김경진 기자 , 사진=조용철 기자

◇NL(민족해방)·PD(민중민주) 논쟁=한국사회의 핵심 모순이 민족분단(NL)이냐 계급갈등(PD)이냐를 놓고 1980년대 학생운동권에서 벌어진 논쟁.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한 NL그룹은 반미·통일 운동을,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신봉하던 PD그룹은 노동운동을 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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