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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교육부 뜻대로 … 5년간 코드 맞추다 5일간 항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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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슈 추적 김신일(사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4일 “법학교육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제출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심의 결과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을 25개 대학(서울 권역 15개 대, 지방 권역 10개 대)으로 한다는 의미다. 이로써 5일간 이어진 청와대와 교육부의 줄다리기가 끝났다.

김 부총리는 ‘로스쿨 잉여 정원이 생기거나 적절한 절차를 밟아 총정원이 늘어나면 추가로 대학을 선정하겠다’는 단서를 붙였다. 청와대와의 협의 과정에서 추가된 내용이다. 대학가는 물론 교육부 내부에서조차 단서 조항의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교육부 발표를 “지역 간 균형의 취지를 최대한 살려나가겠다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논평했다. 또 “지역 간 균형 원칙이 예비인가 단계에서 반영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앞으로라도 배려키로 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의 버티기에 청와대가 무릎을 꿇은 것이나 다름없다. 김 부총리와 교육부가 최근 5일간 못 보던 모습을 보여줬다. 교육부는 노무현 정권 5년 내내 코드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임기가 20여 일 남은 시점에서 반기를 든 것이다.

항명은 지난달 31일 시작됐다. 김 부총리가 “경남 지역에 로스쿨 대학을 추가해 달라”는 청와대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이후 31일로 잡혔던 예비인가 대학 발표는 4일로 연기됐다. 4일 중에도 오후 2시에서 5시로 발표가 미뤄졌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나서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실무자 간에 9시간에 걸친 협상 끝에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단서 조항이 붙게 됐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말에 힘이 빠져 (교육부가)이례적으로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다. (정권)처음부터 되는 것은 되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지 않는 반발=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이 발표됐지만 대학들은 ‘정치적 타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단국대는 교육부 발표 직후 서초동 서울행정법원에 로스쿨 예비인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로스쿨 추진이 중단돼 내년 3월 개원에 차질이 생긴다. 단국대 권기홍 총장은 사표까지 냈다. 탈락 대학 가운데 단서 조항으로 내건 추가 선정을 기대하는 대학은 없었다. 경남 양산의 영산대 부구욱 총장은 “(추가 선정은) 지극히 원론적 이야기로 특별한 의미를 둘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학교육위원인 신종원 YMCA 시민사회개발부장은 “청와대가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던 1 광역시·도, 1 로스쿨 원칙을 주장해 혼선이 빚어졌다”며 “굳이 발표를 늦출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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