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외관광醜態 삼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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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외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일이다.89년 해외여행자유화조치 이후 그해 49만명으로 추산됐던 우리의 해외관광객이 5년후인 94년 약 1백30만명(출입국관리소 추산)으로 늘어났다.
그것은 생활의 질이 향상되고 있다는 고무적 신호다.해외견문의확대는 우리의 오랜 폐쇄적 의식을 개방적.진취적으로 바꾸는데 기여한다.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국위선양도 뒤따른다.예컨대 뉴질랜드의 경우 지난해 한국인의 관광증가율이 1위였다고 한다.그 결과 관광지의 식탁에는 김치와 고추장이 오르고 호텔과 주요 관광시설엔 태극기가 게양되기에 이르렀다.한국어를 배우려는 현지인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호주(濠洲)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형편이 닿는한 많 은 사람이 해외여행을 하는것이 좋은 까닭이다.
그러나 일부 관광객들과 여행사,현지 한국인업자들이 우리의 얼굴을 깎아내리는 행동거지를 예사로 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태국(泰國)에선 웅담과 곰발바닥.코브라의 구입및 먹기와 섹스관광으로 현지 언론과 경찰의 추적까지 받고 있다는 최근의 소식이다.
지난달 호주의 시드니항구 유람선에선 중년의 한국여성 2명이 「용기」를 맘껏 뽐내 다른 한국인의 얼굴을 붉히게 만들었다.바지차림의 두 여성은 점심식사의 식욕을 돋우기 위해 색소폰이 연주되자 선내의 무대에 뛰어올라 서태지식의 춤판을 걸판지게 벌였다.호주 골드코스트의 한 라이브 쇼 무대에선 10여명의 중년 한국여성중 2명이 남성 실연자(實演者)의 상대역으로 무대에 올라 가상적인 섹스 파트너 역을 하기까지 했다.사회자의 질문에 코리아에서 왔다면서 말이다.남성들중에 는 이들 여성들보다 더욱추태를 벌이는 사람이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이제 막 세계의 중심무대로 진입하려는 중이다.우리의 좋은 면을 외국인에게 인상지우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이런 차원에서 정부의 계몽활동이 꾸준히 요청된다.그러나 무엇보다 국민 각자가 자애하는 마음으로 행동거지를 추 스르는 길만이 나라망신,민족망신을 줄이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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