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컴퓨터천재 하이테크 대결-이찬진.이승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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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찬진(李燦振)과 이승욱(李昇昱).두 컴퓨터 천재의「만남」이잇따른 화제를 낳고 있다.청소년들 사이에서「우상(偶像)」으로 대접받아온 이찬진이 쌓아놓은「글 신화(神話)」를 무참히 허물고있는 이승욱은 과연 누구인가.그는 왜 자신의「 천재」를 입증하는 수단으로 이찬진의「글」을 선택했고,이찬진에 대한 그의 공격은 어디서 멈출 것인가.
이찬진 한글과컴퓨터社 사장은 국내 개인용 컴퓨터(PC)이용자10명중 9명꼴인 3백만명이 사용하고 있다는「글」을 지난 89년 개발,「한국의 빌 게이츠」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인물.이에비해 지난 90년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해 법무부 근무중 군에입대, 현재 대구에서 방위병으로 복무중인 이승욱씨는『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1백30년이 걸린다』고 한글과 컴퓨터측이 장담했던「글」의 암호해독체계를 단 2주만에 무참히 깨버린 또다른 컴퓨터 천재다. 이승욱씨는 지난 8일 밤「글」로 쓰여진 일부 문서파일의 암호체계를 해독하는 프로그램「코드21」을 PC통신 하이텔에띄움으로써 그의 대학(서울대 공대)선배인 李사장에게「도전장」을던졌다. 이승욱씨는『암호를 잊어버려 파일을 찾지 못하 는 사람들을 위해 이 프로그램을 공개한다』고 PC통신에 밝혀 자신의 행동이 선의(善意)이었음을 강조했고 李사장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을 위반한 李씨의 행위를 눈감아 주었다.대구의 李씨 집으로 임원을 보내『함께 일해보자』고 정식으로제의하기도 했다.그러나 이 제의를 李씨는 정중히(?)거절했다.
이로써 서로 돌아서는 듯 싶었던 두 사람은 15일 李씨가「글」의 숫자암호 해독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나섬으로써 얼굴을 다시마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그것도 18일「글」새 버전「3.0」의 시판을 앞두고 있는 李사장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을 안고 李씨의 다음 행동에 시선을 모으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더구나 李씨의 두번째「공격」은『「글」이라는 프로그램을 건드리지 않아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李씨의 주장처럼 李사장측으로서도 마땅히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게 고민거리다.
대학4학년때「하나뿐인 으뜸가는 글틀」이라는 뜻의「글1.0」을발표,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李사장은 내성적인 컴퓨터천재의 이미지와는 달리 내로라하는컴퓨터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등 놀라운 사업수완을 발휘해 회사 설립 5년만에 연간매출액 1백50억원,직원 2백50여명의 국내 최대의 응용 소프트웨어기업을 일구어냈다.
***비장의 무기 3種개발 李씨의 공격으로「글 3.0」의 암호체계를 완전 수정하는등 홍역을 치른 李사장측은 일단『「글 3.0」의 암호해독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여유를 보였다.李씨는 이미 공개한 2종의 암호해독프로그램 외에 영문암호를 해독하는 프로그램「α」와 한글암호를 해독하는 프로그램「한글」등 3종을 개발해 놓았다고 밝히고 있다.많은 전문가들은 李씨가 李사장 못지 않은 컴퓨터 천재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때 전자오락을 하고 싶어 용돈을 모아 소형컴퓨터를 산 것이 계기가 돼 컴퓨터에 몰입하게 된 李씨의 실력은 일정관리프로그램등 PC통신에서 전송받은 시험판 소프트웨어들을 완전한 것으로 바꿔 사용할 정도.李씨는 李사장이 글 을 내놓기 전인 대학시절『「글」과 비슷한 워드프로세서를 착안했으나 시장성에 자신이 서지 않아 개발을 포기했다』고 말했다.사무실에 있는여러대의 컴퓨터가 하나의 고성능프린터를 이용하는 무선 프린터 공유기 개발을 착안,기술적인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으나 이때는 제품화를 위한 투자에 나서는 기업이 없어 포기했다.
***“나는 해커가 아니다” 李씨는 일부에서 자신을 컴퓨터해커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내 자신이 작성해 놓은 문서의 암호를 잊어버려 고생한 경험이 있어 수많은「글」사용자들의 편의를 돕기 위한 것일 뿐 결코 해킹을 시도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비장(비藏 )의 무기」를 3개나 더 품고 있는 이「무법자」가 또 다른 컴퓨터 천재인 李사장을 얼마나 더 괴롭힐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金政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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