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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북카페] “해리포터·다빈치 코드…그 안엔 문학적 가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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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진제공 Sue Graham Mingus

미국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Harold Bloom·78·사진)은 독설가로 유명하다.

2003년 9월 미국의 인기 작가 스티븐 킹이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 수상자로 결정되자 블룸은 “싸구려 모험 소설이나 쓰는 작가가 이 상을 받게 된 것은 우리 문화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엔 블룸은 “완전히 정치적인 고려에 의한 판단”이라며 “레싱의 초기작 중엔 괜찮은 작품도 몇 있지만 지난 15년 동안 그가 써댄 것은 도저히 읽을 수 없는 4급 공상과학 소설이었다”고 흠잡았다.

날이 바짝 선 그의 일갈은 영미권 작가들에겐 공포, 그 이상일 테다. 그럼에도 그는 당대 최고의 평론가로 손꼽힌다. 고금을 아우르는 통찰에 기초한 그의 비평은 살벌한 만큼 정확하고 감각적이어서다.

그런 블룸이 스스로 대표작이라 자부하는 저서 『세계문학의 천재들』(들녘)이 국내에 출간됐다. 책은 100명의 세계 문학 천재들로 채워진 모자이크다. 그들의 작품과 삶, 그에 대한 블룸 자신의 비평을 입체적으로 엮었다. 그는 단순히 천재작가를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비교문학적인 관점에서 그들이 서로 주고받은 영향에 주목했다. 책 출간을 맞아 그에게 전화로 책 소개를 청했다. 예일대 인문대, 뉴욕대 대학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뉴욕에 살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사고로 척추를 다쳐 많이 아프다”면서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당신은 “모든 독서는 오독, 모든 번역은 오역”이라 했다. 한국어로 번역된 당신의 책이 한국 독자들에게 읽히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오독’과 ‘오역’에 감사한다(웃음). 나는 ‘독자반응비평(Reader-Response Criticism)’주의자다. 어떠한 텍스트도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한국어로 재창조된 내 책을 한국인 독자가 또다시 재해석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100명의 문학과 인생을 다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집필 의도는.

“현대인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문학’ 혹은 ‘책’ 쪽으로 돌려놓고 싶었다. 독자가 TV나 영화 같은 다른 자극제를 잠시 내려놓고 인생을 뒤흔들 불후의 명작을 즐기길 바란다.”

-어떤 기준으로 100명을 선별했나.

“베르길리우스·셰익스피어·단테·세르반테스·호메로스 등 문학사적으로 꼭 들어가야 할 인물 몇 명을 제외하곤, 완전히 ‘블룸’의 기준으로 선택했다. 좋은 작품을 남긴 작가(초서·디킨스·보들레르·헤밍웨이·보르헤스 등)와 작가는 아니지만 문학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이(성 아우구스투스·프로이트 등)를 함께 담았다.”

-좋은 문학작품이란 무엇인가.

“몹시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수십 년간 고민해 온 문제다. 나는 독창성·초월성·보편성을 지닌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책에서 나는 ‘광채’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서로 광채(영향)를 비추고 반사하며 함께 빛난다. 오래도록 남아 타인의 정신을 살찌우고 영감을 안겨주는 작품이 명작이 아닐까.”

-노벨문학상이 좋은 문학작품을 가려내는 역할을 하는 것일까.

“글쎄, 근 몇 년간 전혀 못해왔다고 생각한다. 노벨문학상은 문학적 가치보다 다른 요인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다른 요인이라면.

“알다시피, 국적이나 인종 같은 정치적인 요인이다.”

-요즘 인기가 있는 문학 작품은 『해리 포터』나 『다빈치 코드』 같은 대중소설이다.

“『해리 포터』? 완전히 쓰레기(garbage)다. 소설이나 문학이란 단어를 붙여서도 안 된다. 그 속에서 어떠한 문학적 가치도 찾을 수 없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세계적 붐은 한마디로 ‘재앙’이다. 좋은 문학 작품을 읽고 자양분을 얻어야 할 젊은이가 그런 책에 빠진다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 반짝이는 듯 보이는 대중소설이 100년 뒤에도 생명력을 유지할까?”

-한국 출간 소감은.

“내 저서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다니 영광이다. 한미 문학 교류에 내 책이 작으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제는 『Genius-A Mosaic of One Hundred Exemplary Creative Minds』.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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