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곽태휘·염기훈·조용형 그래도 … 눈에 띄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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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곽태휘(전남), 염기훈(울산), 조용형(성남), 김남일(고베)이 제 몫을 해줬다.”

지난달 30일 칠레와의 평가전이 끝난 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잘한 선수를 꼽아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이들 네 명의 이름을 댔다.

감독이 선수 이름까지 거론해 칭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0-1로 져 기대에 못 미쳤지만 시즌이 끝난 지 3개월이 넘어 실전 감각이 떨어졌고, 선수들이 발을 맞춘 지 사흘밖에 안 된 점을 감안한다면 실망할 일만도 아니다. 바뀐 포지션에서, 또는 A매치 데뷔전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로 가능성을 확인한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어떤 자리라도 좋다”=가장 눈에 띈 선수는 단연 김남일과 염기훈이다. 한국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입지를 굳힌 김남일은 후반 이관우가 빠진 뒤 공격형 미드필더로 역할을 바꿨다.

그는 투지만 앞세우던 수비형 선수가 아니었다. 그가 전진배치되면서 한국의 공격이 전반보다 활기를 띠었다. 칠레의 패스를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조기에 차단하지 못해 실점한 장면에서는 그의 빈 자리가 커 보였다. 전반 초반 염기훈에게 찔러준 킬패스는 김남일이 경기장 전반을 꿰뚫는 눈도 갖췄음을 보여줬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염기훈의 변신도 인상적이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다섯 차례 슈팅을 기록했고, ‘운만 따랐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도 많았다. 낯선 포지션에서 낯설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주며 ‘멀티플레이어’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칠레전이 A매치 데뷔전이었던 선수는 7명. 이 가운데 ‘성공적 데뷔’라고 할 만한 선수라면 곽태휘·조용형과 박원재(포항)를 꼽을 수 있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의 대표선수가 즐비한 요즘, 수비수 조용형(25)과 곽태휘(27)는 ‘늦깎이 태극전사’인 셈이다. 하지만 K-리그에서 보여줬던 안정된 수비력을 대표팀까지 이어갔다. 특히 조용형은 전반 중앙수비수, 후반 수비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자리를 소화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박원재는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다만 왕성한 운동량에 비해 매끄럽지 못한 마무리가 아쉬웠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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