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박근혜 측 “결국은 토사구팽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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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눈가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23일 이명박 당선인과 회동 후 환한 미소가 번졌던 그의 얼굴이 일주일 만에 딱딱하게 굳었다.

30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그는 기자들과 만나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가 원칙을 정했다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입맛에 맞게 해석해선 안 된다”며 “그런 식이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공심위가 당규 3조 2항의 부적격자 기준을 그대로 적용키로 한 결정이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는 “(3조 2항) 규정이 지난해 경선 직후 만들어진 것인데 우리는 그런 기준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게다가 규정의 적용 기준 자체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23일 이 당선인과의 회동, 24일 공심위 구성안 수용으로 당내에 조성된 화해 모드가 ‘전투 모드’로 전환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전날 공심위 논의 과정을 보고받은 뒤 “약속이 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격노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이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오늘(30일) 발언은 엄중한 경고”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문제가 불거진 지 단 하루 만에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이 탈당을 공개 거론하며 집단 행동을 결의하고 나선 것부터가 심상치 않다.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에 따르면 내부적으론 이미 탈당 이후 신당 창당을 위한 로드맵까지 만들어 놓고 있다고 한다.

김무성 최고위원은 이날 “이명박 정부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결국 토사구팽 당하게 됐다”며 “5년 전 우리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했던 분(정몽준)은 당원의 축복을 받으며 최고위원으로 선출하고 10년간 당을 위해 고생한 사람은 축출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유승민·이혜훈 의원 등 친박계 의원 35명도 “김 최고위원과 운명을 같이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당장 31일 박 전 대표가 참석하는 집단 모임까지 소집해 놓고 있다. 이례적으로 빠르고 강한 대응을 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이 당선인 측과 당의 대응에 따라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 측은 일단 이방호 사무총장과 정종복 부총장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한편 최고위원회의 등 당 지도부가 모호한 당규에 대해 명확하게 유권 해석을 내려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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