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이전 먼저 꺼내 한국 비용부담 더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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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사진) 국방부 장관이 “한국이 용산기지 이전 문제를 먼저 꺼내 손해를 봤다”며 현 정부의 안보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지난 11일 국방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김 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를 보고하는 자리에서였다. 현직 장관이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용산기지 이전 문제를 먼저 제기하는 바람에 용산기지 이전 비용을 더 부담하게 됐다”며 “(같은 논리로) 우리가 전작권 전환 시기에 관한 재협상 문제를 먼저 제기하면 한국이 그와 관련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내용을 당선인에게 설명했다. 이어 김 장관은 “2009년 전작권 전환계획이 구체적으로 착수되면 그때 가서 연기 문제 등을 미국 측과 자연스럽게 의논하는 게 낫다”는 조언을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미는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이 갖는 전작권을 2012년 4월 17일 이후 한국 합참의장에게 이양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용산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 참여정부의 자주파들이 먼저 제기해 한국이 비용을 더 부담하게 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있었지만 현 정부 인사가 인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이 국방 개혁 차원의 국방 태세 전환 과정에서 용산기지를 경기도 오산·평택 지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은 동두천 등 경기도에 흩어진 미 2사단과 용산기지를 오산·평택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이전 비용이 총 10조원가량 소요된다. 이 가운데 미국의 계획에 따른 미 2사단의 이전에만 4조4100여억원(미국 부담), 한국의 요구로 진행 중인 용산기지 이전에 5조5900여억원(한국 부담)이 들어간다. 한국이 먼저 용산기지 이전을 미국 측에 요구하지 않았으면 이전비 5조5900여억원(부지 매입비 1조105억원 포함)을 한·미가 분담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기지 이전 비용은 수혜자 또는 먼저 요구한 측에서 부담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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