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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일본경제의 현주소-엔高.黑字투적과 국민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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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엔高 행진과 일본경제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일본경제는 최근 효고(兵庫)縣 남부지진.英베어링증권의 파산 충격,그리고 달러당 90엔을 넘보는 엔화의 급등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지만 그 한편으로 무역흑자는 쌓여만 간다.그 토록 방대한무역흑자는 과연 어디로 흘러가는데 일본경제가 안으로 곪아간다는말이 나오는 것일까.일본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통해 이에대한 해답을 찾아본다.
[편집자註] 7일 새벽1시30분 심야프로를 내보내던 일본의 TV방송들은 일제히 긴급뉴스로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당 92엔50전을 기록,92엔대로 돌입했다고 보도했다.지난 1월17일 발생한 효고(兵庫)縣 남부지진이 일본경제에 악영향을 줄는지,오히려 복구수요로 경기진작효과가 있을지 판단이 채 안서고 있는 가운데 초엔高가 닥치면서 일본내는 불안감 고조와 함께 對정부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다.이번 초엔고를 포함해 거품경제가 무너진 최근 수년간 나타나고 있는 엔고의 양상은 지금까지 의 경제상식과는 사뭇 다른 면이 있다.
일본의 무역흑자가 늘어나면 경제가 좋아지고 엔에 대한 신뢰가높아져 엔고 원인이 되고 그렇게되면 거꾸로 무역이 줄어든다는 게 상식이었다.
지금은 엔고가 계속되는데도 무역흑자와 경상흑자(무역흑자에 서비스거래에서 나온 흑자를 합친것)가 변함없이 늘고 있다.흑자가늘면 일본경제가 나아지고 국민생활에 대한 윤택감도 있어야하는데그런 감을 국민 전체가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무 슨 이유일까.일본경제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번 엔고는 멕시코의 통화위기와 맞물린 달러에 대한 불신으로촉발됐다.여기에 4백50억달러에 이르는 투기성자금(헤지펀드)과미국.유럽의 연금등 기관투자가들의 파생금융상품 투기등이 가세하고 있다.전세계 외환시장의 하루거래량은 평균 1조달러다.이런 수치들에 비해 엔고-달러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각국이 협조개입하는 액수는 10억달러 정도로 「단솟에 바가지물 붓는 격」이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80년대 후반만 해도 4백억달러에 달하던 미국에서의 채권보유고가 현재는 1백80억달러로 줄었다.거품붕괴이후 자신을 잃은 기관투자자금의 자금운용선이 미국채권에서 일본국내채,콜과 같은 단기자금등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유러엔(유럽등지에 서 발행한 일본채권)매입도 많아졌다.무역흑자가 1천4백억달러(94년)나 나도 예전과는 달리 미국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돈이 돌고 있고 들어온 돈도 꽉 묶여있는 셈이다.
경제평론가 이와타 기쿠오(岩田規久男)는 『대규모 무역흑자와 엔고환경에서 국민생활이 윤택하지 못한 이유는 엔의 대내외가치 차이때문이다.규제완화를 통해 소비자물가를 낮추는데 정부는 게을리하고 있다.최근 엔고 속에 가격파괴현상이 나타나 고 있는 것을 주시해 정부가 소비자중시경제를 이끌어나가면서 전반적인 경제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엔고 원흉으로 일컬어지는 저축과 무역.경상흑자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꼭 저축과 흑자가 나쁜 것인지 등에대한 논리싸움에 휩싸여 엔고의 빠른 행마를 지켜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東京=郭在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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