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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간호사관학교 갈 수 있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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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경숙 인수위원장<右>이 28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맹형규 기획조정분과위 간사·김형오 부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수능시험을 친 김현진(19)씨는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남자도 국군간호사관학교에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제안했다. 10년 전부터 육군사관학교가 여학생을 받았는데 간호사관학교는 57년간 남학생 입학이 금지돼 있다고 지적했다. 백성운 인수위 행정실장은 28일 “이 제안을 계기로 간호사관학교에 남학생 입학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에 국민의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성공 정책제안’ 센터에 접수된 제안은 3만6000여 건에 이른다. 이미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 때의 3만2000건을 넘어섰다. 인수위는 8700건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 이 중 230건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정밀 검토를 하고 있다.

◇생활 속 정책 제안=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딸을 둔 김미숙씨는 유아 중심의 보육 정책 때문에 초등학생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맞벌이인 김씨는 “돌봐줄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할 형편”이라며 “초등학교에 보육반 설치를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정우식씨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게재되는 허위 아파트 매물 문제를 꼬집었다. 정씨는 “부동산업체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실제와 차이가 있는 ‘낚시 매물’을 올려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검증 절차 마련을 건의했다. 이영철씨는 배기량 기준으로 자동차세가 부과돼 450만원짜리 중고차를 몰면서 세금을 40만원이나 낸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세를 매길 때 연식 같은 차 상태도 감안하라는 주장이다. 어느 고3 학생은 “수능 총점이 나보다 30점 낮은 학생이 더 높은 수능 등급을 받았다”며 “당선인은 ‘로또 수능’을 만든 교육부에 절대 속지 말라”고 당부했다. 연말정산 서류나 각종 행정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하소연도 많았다.

◇공공부문 바꿔라=공무원·공기업과 관련된 제안은 900건이 넘는다. 의사인 전용주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방만한 운영만 바로잡으면 건강보험료를 올리지 않고도 건보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건보공단은 25조원의 건보 지출을 책임지고 있지만 지난해 기획예산처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꼴찌를 했다. 장충단 공원에서 남산 약수터로 가는 계단의 난간이 수년째 망가진 채 방치돼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재호씨는 “운동 삼아 순찰만 해도 알 수 있을 텐데 공무원들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멀쩡한 보도 블록 교체할 돈으로 이런 불편부터 고쳐라”고 촉구했다.

인수위 발표에 대한 찬반 논란도 뜨겁다. 영어교육 문제와 대운하 건설 논란에 대한 찬반 글은 각각 800건을 넘어섰다. 백성운 실장은 “실현 가능성과 효과를 분석해 우수한 제안은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며 “인수위에서 소화하지 못한 것은 새 정부 내각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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