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별명은 흑인에 미친 한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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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일로 미국 최대의 시민 축제일인 21일. 로스앤젤레스(LA)의 월셔 대로에는 시민 100만 명이 참가한 미 최대 규모의 킹 목사 추모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흑인 상원의원 버럭 오바마의 대권 도전 때문에 최근 들어 부쩍 높아진 킹 목사에 대한 관심이 반영돼 행렬의 길이는 무려 6km에 이르렀다. 안토니오 비아라고사 LA 시장과 다이언 왓슨, 맥신 워터스 등 연방 하원의원 등 귀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87대의 오픈카, 22대의 꽃차가 동원됐고 700명의 경찰관이 호위했다.

 이 퍼레이드를 18년째 이끌고 있는 인물은 한국계인 놀랍게도 전동석 세계문화스포츠재단 회장(60·사진)이다. 1990년 참가자가 수천 명에 불과했던 퍼레이드를 떠맡은 그는 불과 몇 년 만에 수십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로 키웠다.

 그는 “1970년대 한인 유학생이 흑인 총에 맞아 숨진 사건에 충격을 받고 한·흑 갈등 해소에 앞장서왔다”고 밝혔다. 한국인과 흑인과의 관계 강화는 물론 흑인 사회의 여러 가지 현안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래서 ‘흑인에 미친 사람’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자연스럽게 흑인 사회의 인맥과 두루 통하게 됐으며, 흑인들의 바닥 민심도 잘 알게 됐다.

 전 회장은 미 흑인들의 현주소에 대해 “30살 이상 흑인 남성중 65%가 최소한 한 번은 체포된 경험이 있는 반면 백인은 그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흑인들은 스포츠와 문화 분야에선 두터운 입지를 구축했지만 정치분야에선 소외돼있다는 자괴감이 깊다”며 “미 인구의 12%인 흑인들(4000만명)의 표심은 이미 오바마 쪽으로 돌아섰다”고 단언했다. “오바마가 집권한다면 흑인들의 자존심 충족과 함께 정관계 진입도 쉬워지리란 기대를 하고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만나는 흑인 하원의원마다 오바마를 밀겠다고 내게 얘기했고, 지난 한 달간 참석한 흑인 집회에서 참가자 대부분이 오바마 뱃지를 달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오바마 외에 흑인 정치인 스타가 전무한 점도 흑인들이 오바마에게 몰리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오바마는 흑인이 절반인 사우스 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26일)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고 그 경우 테네시·미시시피·앨라배마 등 흑인 인구가 많은 남부 지역은 그에게 넘어갈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유대인들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밀고 있고, 흑인과 사이가 좋지않은 히스패닉계도 그에게 몰리고 있어 서부와 중부는 힐러리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민주당 안팎의 보수층이 힐러리를 싫어하는 게 변수여서 아직 누구의 승리도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흑인 못지않게 미 대선 주자들이 중시하는 게 아시아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베트남 계는 투표율이 70~80%에 이르는 반면, 한인들은 투표율이 30% 미만”이라며 미 한인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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