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박 ‘연둣빛 패션’ 통했나 … 공천 갈등 봉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가 23일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左>. 23일 총선 공천 문제로 당사에서 만난 김무성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이방호 사무총장(맨 오른쪽)이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가깝게 해서 악수합시다. 그래야…세상이 흉을 봐서.”(이명박 당선인)

 “(두 분) 옷 색깔이 잘 맞습니다.”(박근혜 전 대표 측 유정복 의원)

 “하하. 그래요? 넥타이 색깔이 맞는 것 같아요.”(이 당선인)

 이명박 당선인이 건네는 농담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웃음으로 답했다. 공교롭게도 이 당선인은 연두색 넥타이를 맸고, 박 전 대표는 연두색 남방을 입고 있었다.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가 23일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만났다. 3박4일간 당선인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박 전 대표가 결과를 보고하기 위한 자리였다. 두 사람의 만남은 대선이 끝난 뒤 네 번째다.

 4·9 총선 공천 문제를 놓고 갈등이 불거지는 와중이어서 이날 만남은 여러 모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공개 대화는 시종 덕담과 웃음으로 이어졌다.

 ▶이 당선인=“수고 많았다. 후진타오 주석을 만난 게 국내 TV에 잘 나왔다.”

 ▶박 전 대표=“다 봤나요?”

 ▶이 당선인=“봤어요. 내가 일부러….”

 ▶박 전 대표=“중국에 초청한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후진타오 주석에게 전했더니 가급적 (이 당선인이 중국에) 빨리 오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 당선인=“올림픽 때 한 번 또 가자.” (웃음)

 두 사람은 공개 대화 10분, 배석자를 둔 대화 25분, 배석자 없는 단독 회동 20분 등 55분 동안 만났다.

 박 전 대표는 단독 회동을 끝낸 뒤에도 당내 공천 갈등과 관련해 “(이 당선인이) 당에서 원칙과 기준을 갖고 공정하고 마땅하게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을 했고, 저도 거기에 전적으로 공감했다”며 “공천은 강재섭 대표도 ‘기준을 갖고 공정하게 하겠다’라고 기자회견을 해 그렇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을 합해 앞으로 나라를 발전시키고 새 시대를 여는 데 같이 힘을 합하자는 (당선인의) 말이 있었고 저도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최대한 돕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만남 전까지만 해도 박 전 대표 측은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유정복 의원)라며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문제 등을 놓고 이 당선인 측을 압박해 왔다. 그래서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의외였다. 박 전 대표는 ‘공천 문제에 대해 이견이 없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야기를 하면 또…”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배석했던 유 의원에게 “갈등이 해소됐다고 봐도 되느냐”고 묻자 그는 “그것까지는 몰라도 신뢰하는 측면에서 대화가 오갔다는 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당 주변에선 “이 당선인의 말에 공감했다”고 한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놓고 공천 지분에 관해 큰 틀의 합의를 한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구체적인 공천 얘기를 한 건 아니라고 들었다”며 "(공천 관련)불안감과 우려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의견을 나눈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