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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적립식 펀드 봇물…은행 적금시장에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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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적금시장을 잡아라-.’

은행과 증권사들이 30조원대 적금(적립식 펀드 포함)시장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적립식 펀드’를 내놓고 있고,적금시장을 독차지해온 은행들은 보험을 적금에 연계한 상품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적립식 펀드는 매월 일정액을 부으면 그 돈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수익을 확정지을 수 없다는 점이 다를 뿐 푼돈으로 목돈을 만든다는 점에서 정기적금과 유사하다.

지난해 말 현재 은행 정기적금 잔액은 총 20조4000억원으로, 근로자우대저축과 농어가목돈마련저축까지 합하면 3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경쟁하는 적립식펀드 시장은 역사가 짧지만 머지않아 1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은 "적립식 펀드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단점이 있지만 저금리 상황에서는 은행의 적금 상품과 경합을 벌일 수 있다고 본다"며 "금융 권역 간 칸막이가 없어지면서 은행과 증권회사들이 같은 고객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자연스러운 추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봇물 터진 적립식 펀드 판매=대신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26일 소액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새로운 적립형 펀드를 내놓았다.

대신증권은 월 1만원 이상, 미래에셋증권은 월 20만원 이상 부으면 된다. 미래에셋의 상품은 특히 상해보험서비스도 제공한다. 적립 기간 중 고객이 사망하면 계약금과 불입액 간 차액을 보험금으로 추가 지급하는 개념이다.

한투증권은 이날 기존 적립식 펀드인 '부자아빠적립형 플랜'을 리모델링했다. 이제까진 돈을 부으면 한가지 펀드에만 투자했으나, 앞으로는 5개 펀드까지 입맛대로 골라 부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증권사들이 내세우는 적립식 펀드의 최대 강점은 수익률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지난 3년간 펀드의 누적 수익률을 가정했을 경우 적립식 펀드로 3억원을 만들기까지는 8년10개월이 걸리지만, 금리를 7.55%로 가정한 은행 적금의 경우 14년3개월이나 걸린다"고 말했다.

적립식 펀드 경쟁에는 곧 열릴 기업연금 시장의 전초전 성격도 있다. 한투증권 장진현 수석연구위원은 "적립식 펀드가 활성화되면 앞으로 도입될 기업연금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수성 전략=주요 은행들도 적립식 펀드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현재 세가지 주식형 적립식 펀드를 판매하고 있고, 채권형과 해외 펀드도 내놓을 계획이다.

은행들은 특히 방카슈랑스 경험을 살려 적금과 보험을 연계한 상품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사랑 레포츠 예적금'의 경우 가입자가 레저활동 중 상해를 입으면 최고 500만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한다. 또 국민은행의 '랜드마크 1억 만들기 주식투자신탁'은 가입자가 6개월 이상 불입하다가 사망하거나 장해를 입으면 남은 불입금을 보험사가 대신 내준다.

이상렬,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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