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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대선] 힐러리 연승 … 히스패닉·여성 표심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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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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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는 ‘변화’만 외쳤지 뭘 어떻게 해주겠다는 얘기를 안 한다. 반면 힐러리는 답답한 곳을 확실히 긁어준다. ‘전 국민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안겨 주겠다’며 그 방법으로 ‘부자들의 감세율 축소’를 제시한다. 누구 말이 먹히겠느냐.” (사라 매키·34·카지노 종업원·히스패닉)

 19일(현지시간)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승리한 건 사라 같은 여성과 백인, 그리고 히스패닉의 집중적 지지 때문이다. 우선 민주당 투표자 11만5000명의 60%를 차지한 여성 중 51%가 힐러리를 찍었다. 오바마는 38%에 그쳤다. 투표자의 3분의 2에 이르는 백인 표도 52%가 힐러리에게 몰렸고, 34%만 오바마에게 갔다. 투표자의 15%인 히스패닉도 64%가 힐러리를 찍었다. 오바마 지지층은 24%에 불과했다.

 투표 전날인 18일 힐러리 유세장엔 30대부터 80대까지 백인 여성들이 넘쳐났다. 히스패닉 여성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첫째도 둘째도 경제, 셋째는 이라크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흥업으로 먹고사는 우리 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공직 경험이 풍부한 힐러리가 경제를 살리고 이라크에 보낸 아들들을 돌려줄 것”이라고 했다. 코커스가 열린 카지노 호텔 아홉 곳을 발로 뛰며 힐러리 지지를 호소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파괴력도 컸다. 클린턴 시절의 호황과 관대한 이민정책을 잊지 못하는 히스패닉 중장년층은 “다시 한번 클린턴 시대를 열자”며 열광했다.

 그러나 이날 코커스 결과를 놓고 오바마 측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8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 때 힐러리의 우세가 확실시되자 즉각 전화를 걸어 “축하한다”고 한 것과 대조적이다. 오바마가 득표(45%)에선 힐러리(51%)에게 뒤졌으나, 대의원은 13명을 얻어 힐러리(12명)를 앞섰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공식 홈페이지엔 득표율 대신 ‘13:12’라는 대의원 획득 숫자를 크게 표시하고, “네바다주 대의원 확보전에서 이겼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올려놨다. 이 성명서는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고전해 온 농촌지역을 포함해 네바다주 전 지역에서 고르게 선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대의원 수를 배정할 때 농촌 지역에 가중치를 두는 코커스 규정 때문에 오바마가 한 명의 대의원을 더 얻었다”고 보도했다. 힐러리는 ‘인기 투표’에서 이기고, 오바마는 ‘땅 따먹기’에서 이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힐러리는 선거 결과가 발표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의원 숫자에 대한 질문을 회피하며 “아무도 모르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당초 네바다주에선 최대 노조인 요식업 노조(회원 수 6만 명)가 오바마 지지를 선언, 판세가 오바마에게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들의 영향력은 기대 이하로 나타났다. 카지노 대목인 연휴 근무에 쫓겨 회원 중 상당수가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고, 투표한 회원 중 절반은 오히려 힐러리를 지지했다.

 일단 힐러리는 이번 승리로 히스패닉이 많은 서부 지역 및 뉴욕·뉴저지 등 동부 대형 주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 힐러리와 오바마는 26일 치러지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다시 한번 맞붙게 된다. 흑인이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이곳에선 최근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가 힐러리보다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앞서 있다. 

라스베이거스=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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