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살 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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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암. 그중에서도 서구형 암이 21세기 대한민국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서구형 암이란 경제 선진국이자 기름진 고(高)칼로리 식사를 하는 서양인에서 빈발하는 암이다. 하지만 경제 발전과 더불어 서양 식단이 우리 식탁을 점령하면서 서구형 암도 불청객으로 따라오고 있다. 대표적인 질병이 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이다.

◆무섭게 증가한다=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암 치료를 받는 인구는 120명 중 한 명 정도. 이중 대장암은 2001년 4위에서 2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또 환자가 밀집한 지역도 아직까지 채소 위주의 전통적인 한식을 주로 하는 농촌 지역보다 고기나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음식 등 서양식을 자주 접하는 대도시다.

 2001년 이후 줄곧 여성암 1위를 차지하다 지난해 갑상선암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유방암 역시 서울·인천·부산 등 대도시에 환자가 많다.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에 많이 노출될수록 빈발하는데이 여성호르몬의 주원료인 지방은 서구 식단에 많다. 실제 요즘 한국 여성의 하루 열량 섭취는 1980년대 초 2500㎉에서 최근 3000㎉로 늘었다.

  지난 20년간 환자 수가 20배나 는 전립선암 역시 기름진 음식과 인스턴트 식품 섭취는 많아진 반면 채소 등 섬유질 섭취는 줄어든 게 원인이다. 단적으로 유전자가 동일한 일본 민족도 채소 위주의 소식을 하는 본토에 사는 일본 남성에 비해 서양식을 먹는 하와이 거주 일본인 2세의 전립선암 빈도가 9배나 높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옛날로 돌아가자=서구형 암은 식단의 서구화로 초래된 병이다. 따라서 해결책도 비교적 간단하다. 즉 삼시 세끼 먹는 식습관을 채소 위주의 전통 한식으로 바꾸면 된다.

 이때 말하는 전통 한식이란 ‘밥+국+반찬 2~3가지’ 정도의 ‘소박한’ 한식이라야 한다. 실제 똑같은 한식이라도 고기와 튀김이 잔뜩 곁들여진 한정식은 한 끼 열량만 해도 3000㎉ 정도인 데다 지방질도 많다. 삼겹살이나 갈비를 구워 먹는 것은 서구 식단과 다를 바 없다.

 서구암 예방법이 해결책은 간단해 보여도 실천이 쉽지 않다. 우선 입맛에 해당하는 식습관을 바꾸는 일은 의식적으로 반복해서 권장 식단을 섭취하지 않으면 변화하기 힘들다.

 게다가 인간의 유전자에는 당분과 지방을 선호하게끔 각인돼 있다. 당분은 허기진 상태에서 금방 열량을 내는 효과가 있고, 지방은 체내에 저장된 상태로 고열량을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구암 예방을 원한다면 오늘부터 당장 큰 결심을 하고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매끼 채소를 큰 한 접시씩 섭취한 뒤 본식을 먹는 습관을 들이라고 권한다.

 자가용·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등 생활의 편리함은 건강에는 백해무익하다. 현대인의 신체 구조는 산과 들을 뛰어 다니며 수렵을 즐기던 구석기 시대인과 동일해 운동을 생활화해야 건강하게 작동한다. 특히 섭취한 열량을 제대로 연소시키는 데는 걷고, 뛰고, 춤추고, 물가를 헤엄치는 등 온몸을 움직이는 신체 활동이 최고다. 따라서 최소한 하루 30분은 이런 활동을 해야 한다.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는 일도 보탬이 된다. 근육량이 많을수록 숨쉬기만 해도 소모되는 열량인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데다 신체 활동 때 소모되는 칼로리도 배가되기 때문이다.

 ◆조기 발견하면 완치 가능=서구형 암은 ▶암 진행이 더딘 데다 ▶조기검진으로 조기 발견이 쉽고 ▶암덩어리를 제거하는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전립선암은 암이 전립선에만 국한될 땐 5년 생존율이 80~90%, 전립선 주위에 퍼져 있어도 50~70%다. 하지만 뼈·폐 등 동떨어진 장기까지 암세포가 퍼졌을 땐 20∼30%에 머문다. 이 수치도 다른 종류의 암 생존율 10% 미만에 비하면(폐암은 1% 정도) 훨씬 높은 편. 전립선암 조기 진단은 혈중 PSA(전립선특이항원) 수치를 통해 손쉽게 진단이 가능하다.

 치료법은 수술로 제거하는 이외에 호르몬·방사선· 항암 치료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선택된다. 우려되는 것은 암 제거 시 주변 신경이 손상돼 요실금(10~40%)과 발기부전(30~50%)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것. 최근엔 로봇 수술, 양전자 치료 등으로 이런 부작용을 많이 개선하고 있다.

 유방암 역시 40세 이후 매년 유방 X선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병행해 쉽게 진단한다. 문제점은 유방을 절제하는 경우가 환자의 3분의 2 정도에 달해 수술 후 환자의 상실감이 크다는 점이다. 유방암 1·2기 환자의 경우 암 덩어리 제거와 동시에 복부의 지방·근육·혈관 등을 이식시키는 피판술을 통해 수술 후에도 제 모습의 유방을 갖는 일이 가능해졌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서울대병원 유방센터 노동영 교수, 아산병원 외과 유창식·성형외과 이택종 교수,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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