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 거론되는 손병두 총장의 고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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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람에게는 나밖에 없다. 대체할 사람이 없다. 집사람이 건강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새 정부의 총리 후보군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서강대 손병두(67) 총장이 15일 이 같은 심경을 피력했다. “아픈 아내를 돌보기 위해 총리직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그의 부인인 박경자(65)씨는 1년 전 폐암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이다.

 “(총리로서) 부족한 사람인데 왜 내 이름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던 그는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집사람이 수술한 지 1년밖에 안 돼 건강이 아직 불안정하다. 총리야 나 말고 많은 사람이 있지 않은가”라고 했다.

 -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집사람이 건강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그 후 나랏일을 봐도 보는 게 아닌가.”
 -이명박 당선인이 ‘글로벌 총리’론을 얘기한 뒤 손 총장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그건 모르겠다. 전혀 연락 오거나 한 사실이 없다.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강대 총장과 대학교육협의회 회장으로서 열심히 일하는 게 국가를 위한 길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집사람 얘기를 안 하려다가 하는 거다.”

 손 총장은 최근 지인들에게 “총리 일 하다가 집사람이 잘못되면 평생 같이 살아온 사람에게 천추의 한으로 남을 텐데 어떻게 해외 출장을 다닐 수 있겠느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 당선인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총리는 세계 시장을 다니면서 자원 외교 등 해야 할 역할이 많다”고 한 말을 염두에 둔 듯했다.

 손 총장은 그간 “교육계에 할 일이 많다. 집안일도 있다”며 고사 의사를 피력해 왔을 뿐 ‘집안일’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었다. 이 당선인 측이 손 총장의 사정을 알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부인이 아프다”는 정도는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당선인이 손 총장의 사정을 염두에 둘까. 그래서 앞으로 총리 후보군에도 변화가 올까.

사실 이 당선인이 글로벌 총리론을 밝힌 뒤 하마평에 미묘한 변화가 있어 왔다. 전경련 상근부회장과 기업 경력을 가진 손 총장이 앞서간다는 관측이 나왔다. 외무장관과 주미 대사를 지낸 한승주 고려대 총장 서리, 충북 오송에 400만 달러 외자 유치를 한 이원종 전 충북지사, 학자로서 해외 경험이 풍부한 이경숙 인수위원장 등도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정치형으로 분류되는 박근혜 전 대표와 심대평 전 충남지사도 각각 외교, 투자 유치 경험이 있어 여전히 후보군이란 주장도 있다.

 이 당선인과 가까운 한 인사는 “이 당선인이 글로벌 총리론을 얘기한 뒤 별말씀이 없다”며 “마음속에 누군가 있을 텐데 그게 누군지는 임박해서야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작업이 훨씬 방대한 장관 인선에 신경 쓰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 당선인의 뜻이 분명해질 것이란 예고였다.

고정애·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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