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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귀향 40일 앞둔 김해 봉하마을 가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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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달 25일 퇴임한 뒤 거처할 사저의 마무리 공사가 노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앞쪽 건물이 노 대통령이 거주할 사저이며, 사저에서 왼쪽 뒤편 3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지붕 3개 건물이 경호원 숙소다. [사진=송봉근 기자]

 15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은 온통 망치 소리였다. 40여 일 뒤 주인을 맞이할 노 대통령 사저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집 주변에서는 포클레인이 땅을 고르고 있었고 앞쪽에서는 인부들이 돌담을 만들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저를 둘러싸고 있던 담장은 걷히고 집 주위로 수십 년 된 노송 20여 그루가 심어지고 있었다. 지하·지상 각 1층인 이 사저는 대지 면적 4290㎡로 역대 대통령 사저 가운데 가장 크다. 지금까지 가장 넓은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818.9㎡)의 5배가 넘는다. 방은 세 개밖에 없지만 회의실·통신실·서재·경호원대기실·접견실·지하휴게실까지 있다.

 건물 외벽은 고급스러운 나무패널을 덧댔고 집 전면은 모두 유리창으로 시공해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했다. 내부 벽면에는 황토를 10㎝쯤 두껍게 발랐고, 냉난방도 지열을 이용하도록 설계된 친환경주택이다.

 사저에서 30m쯤 떨어진 경호동(1157㎡)도 마무리 조경공사 중이었다. 마을 광장 옆에 짓고 있는 마을 복지관(지상 2층, 연면적 365㎡)도 90% 공정을 보이고 있었다. 노 대통령과 함께 내려올 측근들이 입주할 14가구 규모의 빌라(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2046㎡)도 거의 제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다.

 노 대통령 사저가 들어오면서 마을도 뜻하지 않은 ‘혜택’을 받고 있다. 마을 입구 이모(57)씨 집에서는 새 싱크대를 넣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씨는 “도시가스가 들어와 가스레인지를 교체하면서 낡은 싱크대를 바꾸고 있다. 대통령이 오시니 이 촌동네에 도시가스가 다 들어오네”라고 말했다. 경제성을 따지는 도시가스회사가 40여 가구가 사는 농촌마을에 가스를 공급하는 것은 순전히 노 대통령 덕분이라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었다. 직경 80∼300㎜짜리 하수관 1.5㎞를 묻는 하수관로 공사도 지난해 마무리됐다.

 그러나 요란한 공사 소리와는 달리 마을은 차분했다. 마을에서 만난 50대 후반 주민은 “그동안 마을이 큰 덕을 본 것도 없이 시위대가 자주 찾아와서 불편했을 뿐이다. 앞으로는 또 어떤 사람들이 찾아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노 대통령께서 평소 말씀대로 환경운동을 하면서 조용히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초등·중학교 10년 선배인 마을 인근 봉화산 수련원 선진규(75) 원장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귀향하는 노 대통령을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며 “퇴임 뒤가 더 아름다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년 동안 이 마을을 찾은 방문객은 70만여 명. 취임 첫해 20만 명 가까이 찾았으나 노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지난해에는 6만 명까지 줄었다. 그러나 퇴임이 가까워 오면서 관광객이 다시 늘고 있다.

 사저 바로 앞의 생가로 들어오는 길도 새로 콘크리트 포장을 하고 있었다. 생가 입구 방명록에는 ‘그동안 나라 위해 애쓰셨습니다’ ‘행복하세요’ 등의 글귀가 보였다. 생가와 주변 텃밭(1514㎡)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인 강모(62)씨가 지난해 초 주인 하모(68)씨와 매매계약을 맺고 가등기를 해 둔 상태다. 김해시는 한국종합예술학교에 의뢰한 노 대통령 생가 정비 용역이 나옴에 따라 시의회의 의결을 거쳐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봉하마을 주변 임야 240㏊는 산림청이 2010년까지 30억원을 들여 ‘웰빙 숲’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노 대통령의 귀향에 맞춰 봉하마을은 ‘깡촌’에서 ‘전원마을’로 탈바꿈하고 있다.

글=김상진 기자 ,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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