戊子年<무자년> 고양시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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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년(戊子年) 새해가 밝은 지도 어느새 보름이 지났습니다. 고양시민 여러분, 새해소망이 벌써 작심삼일이 된 건 아니시지요? 개인적인 새해 바람도 많으시겠지만 이번 호에는 시민여러분들이 지역사회에 바라는 새해소망을 실어 봤습니다. 지역사회 구석구석 각계각층의 시민여러분이 들려주신 ‘2008년 고양시에 바란다’입니다.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yiks@joongang.co.kr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정임/이태원/이명혜/박충원

최 정 임 48|일산동구 정발산동|주부 
“가로수 정비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특히 한솔로는 가로수 키가 너무 커서 가로등을 다 가리니 밤길이 무척 어두워요. 다니기 무섭고 주택가인데 도둑도 많은 것 같고… 청소년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종종 보이거든요. 시청에 건의도 몇 번 한 걸로 아는데 그때마다 예산핑계로 안 해주고 있어요. 올해는 꼭 해결됐으면 합니다. 아, 사교육비 문제예요. 고양시만이라도 교육정책이 잘 돼서 사교육비 때문에 힘든 부모들 허리 좀 펴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 태 원 48|일산동구 마두1동|KICT 화재 및 설비연구센터장
“세계 10대도시라는데 솔직히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양적인 성장이야 그럴지 몰라도 시민들이 느끼지 못하면 소용없는 것 아닙니까. 번드레한 타이틀보다는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복지정책이 나와줬으면 좋겠어요. 시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마당이 많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또, 고양시가 팽창·개발되면서 변두리로 밀려난 어려운 시설이나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거 시에서 해결해야 해요. 직접적인 게 어렵다면 간접적으로라도 지원방안이 마련되는 한 해이길 기대합니다.”

이 명 혜 38|덕양구 고양동|아동작가
“10년쯤 전에 고양시의 자연환경을 보고 이사 와서 지금껏 살고 있어요. 하지만 조금씩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무조건 개발하는 것보다는 녹지를 보존하고 쾌적한 환경을 지켜 가는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드네요. 서울에 비해 아기자기한 사는 맛이 있는 지역이란 점에선 참 좋아요. 서울 아이들은 그림 그릴 때 산을 한 귀퉁이에 그리고 이곳 아이들은 전체에 둘러 그리는 것 아세요? 아이들이 푸른 자연을 보며 자랄 수 있는 환경이 깨지지 않길 바랍니다.”
 
박 충 원 18|일산동구 풍동|백마고2
“학교에 갈 때마다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 그러다 보니까 정류장에 안 서고 지나갈 때도 많고요. 간신히 탄다해도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에 시달려 가면 아침부터 기운이 쭉 빠지죠. 늘 같은 시간에 매일 그렇게 불편해들 하는데 왜 버스를 더 늘리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올해에는 버스가 더 많아져서 저처럼 힘들게 등교하던 학생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찬재/김지훈/김학동/윤화순

이 찬 재 69|일산서구 덕이동|대한노인회 고양지회 숲 해설사
“일산이 세계 10대도시라고는 하지만 조금만 변두리로 나가보면 하수처리며 도로 같은 게 아직도 잘 안 돼있습니다. 신도시 주변 외에도 고양시 구석구석을 신경 써서 정비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해요. 난개발로 자연파괴가 심한 것도 걱정이에요. 환경을 지키는 개발정책을 세워줬으면 합니다. 노인들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주세요. 힘없고 불쌍한 사람들도 대우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역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김 지 훈 15|일산동구 백석동|백마중2
“길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막 버리는 것 같아요. 다니면서 보면 재활용품도 아무렇게나 나와 있고요. 올해에는 우리동네가 좀 깨끗해 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 옆집에 장애인 아저씨가 한 분 사시는데요. 그 분 다니실 때 보면 너무 힘들고 불편해 보여요. 장애인들을 위해 계단 옆에 비탈도 만들고 그 분들이 편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편의시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김 학 동 54|일산동구 장항동|새마을교통봉사대 고양지대장
“개인택시를 몰면서 13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시가 정책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줬으면 합니다. 밥 굶고 못 입고 너무 어려운 분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이 이런저런 규제와 법에 부딪혀 나라나 자치단체의 도움을 전혀 못 받고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서류 상 자식이 있으면 뭐합니까? 실제로는 혼자 살면서 끼니 잇기도 힘든데… 올해는 진짜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시가 발벗고 나서줬으면 합니다.”

윤 화 순 58|덕양구 화정동|대한적십자사봉사회 고양지구협의회장 
“봉사활동을 다니다 보면 고양시는 유독 사회복지 분야에 규제가 많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새터민 정착문제를 봐도 그렇고… 도움이 필요한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봉사활동하는 단체들이 힘내서 일할 수 있도록 좋은 사회복지 정책을 많이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또 하나 고양시엔 좋은 문화시설이 많지만 시민들에겐 문화적 혜택이 별반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아요. 주민들이 가까이 즐기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김 학 연 62|일산동구 정발산동|새마을운동 고양시지회장 
“고양시가 발전하는 세계 10대도시로 선정되기는 했지만 제 생각엔 여전히 시민들의 기초질서의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작은 부분들도 그렇고요. 지난해 노점상 문제 보세요. 그게 결국 기초질서 아닙니까.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잘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죠. 2008년은 고양시민 서로 서로가 믿고 신뢰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허 경 남 43|일산서구 가좌동|고양시종합자원봉사센터 소장
“고양시는 워낙 서울로 직장을 다니는 인구가 많다보니 정붙이고 살아가는 동네이기보다‘그저 잠자고 쉬는 곳’이라는 정서가 많은 것 같아요. 90만 명이 넘게 사는 곳인데 이웃끼리도 잘 모르고 살아요. 시에서도 이런 점을 알고 이런저런 개선방안을 내놓기는 하는데 별 실효는 없고요. 문화도시라고 해 봐야 시민들이 타지역에서 주로 생활하니 누릴 수가 없죠. 지역자치가 활성화돼서 주민들이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한 해였으면 합니다.”
 


김 기 봉 51|일산동구 풍동|고양시 사회복지협의회장
“고양시의 명물 중 하나가 꽃박람회잖아요? 명색이 꽃의 도시인데, 시의 큰 축제가 너무 특정지역에만 몰려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꽃박람회 행사가 지역전체로 확대됐으면 좋겠어요. 지역에 좋은 문화시설과 프로그램이 많다고는 해도 실제로 참여하고 어울리는 시민이 몇이나 되겠어요? 전시적인 것보다는 지역사회 전체가 누릴 수 있는 문화행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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