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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러시아 비상구’ 를 뚫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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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석유 1 배럴=100달러’의 고유가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에너지 확보가 각국의 큰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에너지 안보’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중앙일보는 최근 남북한과 중국·러시아 등 4개국 전문가를 초청,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제 2회 동북아 에너지 포럼’을 개최한 데 이어 전문가 토론도 열었다.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동시베리아의 활용 방법과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 들었다. 토론은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과 SK가 후원했다.

▶사회=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다. 원인과 전망은.

▶박우규=중국의 에너지 수요 급증이 가장 큰 이유다. 인도의 석유 수요도 크게 늘 것으로 예상돼 고유가는 계속될 것 같다. 따라서 동시베리아와 극동의 석유 개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지역의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시급하다. 또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을 통해 얻은 수익을 경제 개발에 적극 활용할 텐데, 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정책 개발도 필요하다.

▶방기열=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발목이 잡힐 수 있다. 과거의 1, 2차 쇼일 쇼크는 공급 부족이 주 요인이었지만 지금은 수요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산유국의 정세 불안과 달러 약세, 과잉 유동성에 의한 투기자금의 석유시장 유입 등도 영향을 미쳤다. 고유가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좀 더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했지만 평균 가격은 두바이유의 경우 배럴당 67.5 달러 정도다. 올해엔 75달러로 오를 것 같다. 이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중동 정세가 악화되거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결정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일부에선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경제가 아주 힘들어진다. 한국 경제가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은 배럴당 130달러 정도다. 따라서 97%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늘 유가 불안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에너지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동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의 에너지 자원 개발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박창규=두바이가 세계 최고급 호텔과 최고층 빌딩을 짓고 인공 섬을 건설하는 등 ‘사막의 기적’을 만들고 있는 건 석유 고갈에 대비하는 노력이다. 산유국들도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마당에 자원 빈국인 우리는 정작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 하고 있다. 에너지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자원 확보도 중요하지만 50~100년을 내다보는 정책, 우수한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사회=각국이 에너지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박우규=에너지 수출국인 러시아도 향후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된 후에는 자원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 우리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때 이런 경우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박창규=전적으로 동감한다. 중국도 얼마 전까지 석유 수출국이었다. 하지만 고성장으로 세계 2위의 석유 수입국이 됐다. 앞으로는 돈이 있어도 석유를 제대로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다양한 에너지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매년 초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에너지 문제다. 대통령이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 및 확보를 매년 강조하고 있다. 일본도 원자력 등의 대체 에너지를 통한 문제 해결에 고심하고 있다.

▶김태유=중동의 석유자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것도 적절한 에너지 정책 수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OPEC의 생산 능력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중동 정세도 변수다.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감안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나친 비관론이나 낙관론은 금물이다. 현재 우리 국민이 고유가를 절실히 못 느끼는 것은 산업 체질의 변화 때문이다. 과거 에너지 집약 산업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 분야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회=에너지 시장 관점에서 북한을 평가한다면.

▶김태유=북한의 유일한 장점은 남한과 러시아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가스 파이프 라인이 북한을 지난다면 통과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석유나 전기를 북한에 지원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 혜택이 북한의 상층부에게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산업구조가 전반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다.

▶방기열=북한에는 광물 자원이 꽤 있다. 철광석·석탄이 있어도 전기가 없어 제대로 개발을 하지 못 한다. 남측이 노하우를 접목시켜 체계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사회=동북아 국가 간 바람직한 에너지 협력 방향은.

▶방기열=남북한을 비롯해 러시아·중국·일본·몽골 등이 대상국이다. 일본은 중국이나 북한이 협력기구에 참여하려 한다면 발을 빼고자 할 것이다. 이처럼 이해 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협력기구가 구체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박우규=중국은 다자간 협력기구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몽골 등과 이미 양자 협력 관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다자보다 양자 협력 증진에 노력해야 한다. 특히 러시아와 긴밀한 ‘에너지 양자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태유=러시아의 석유·가스 파이프라인이 어디에 건설되느냐가 우리에겐 상당히 중요하다. 파이프라인을 한국까지 연결하면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 때문에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를 계속 공급할 것이다. 러시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긴밀한 경제·외교적 협력이 필요하다. 에너지 관련 부처를 신설하고 전문 관료를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회=화석연료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이 필요하다.

▶박창규=현재 우리나라 에너지의 15%를 원자력이 맡고 있다. 원자력은 전력 생산의 40%를 차지한다. 하지만 에너지 문제를 거론할 때 원자력이 종종 제외되는데 그래서는 곤란하다.

▶방기열=우리 원전은 2015년 총 28기에 달할 것이다. 세계적인 수준이다. 비용 측면에서 원자력은 상당히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해 주민들과의 갈등이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김태유=우리가 확보한 원전 기술을 수출로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석유가 없는 개발도상국들이 본격적으로 경제개발하게 되면 원전이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원전을 통해 에너지 수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정리=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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