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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영화든 음악이든 사람을 놀라게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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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진=박종근 기자]

사회자가 그를 소개하자 극장 안 300여 객석이 일시에 자지러졌다. 능숙한 중국어로 환호성을 보내는 팬들도 있었다.

9일 중앙극장에서 열린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시사회 현장. 대만 가수 출신으로 현재 중화권 최고의 만능 엔터테이너로 손꼽히는 저우제룬(周杰倫·28)이 처음 한국을 찾아 팬들을 만났다. 그의 국내 팬클럽 팬미팅을 겸한 자리였다. 그는 “한국에 이처럼 팬들이 많고 뜨겁게 맞아줄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저우제룬은 ‘대만의 비’로 불리는 수퍼스타다. 앨범을 1000만 장 넘게 팔았고, 2006년 CCTV·MTV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가수에 올랐다. 네 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16세에 작곡을 시작해 음악신동으로도 불린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그의 첫 감독 연출작이다. 연출·극본·음악·주연을 도맡았다. 예술학교 학생 상륜(저우제룬)과 샤오위(구이룬메이)의 안타까운 사랑에 숨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그린 영화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독특한 시나리오,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연출력으로 아이돌 스타의 감독 도전에 대한 삐딱한 시선을 말끔히 씻어냈다. 지난해 대만 금마장 시상식에서 ‘올해의 주목할 대만 영화’로도 선정됐다. 주제가상도 받았다.

이날 저우제룬은 자신의 오랜 음악적 동료이자 극중 악동 친구들로 나온 쑹젠펑·황쥔랑과 함께했다. 질문에는 짤막하게 답했지만 톱스타답지 않은 소탈함이 인상적이었다.

-뮤직비디오 연출 경험은 있지만, 신인으로는 기대 이상의 결과다.

“감독의 꿈을 꿨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건 아니다. 이번 영화는 내 친구들과 기억에 남는 작품 하나 만들어 나이 예순이 돼도 함께 추억하자고 시작한 거다. 두 사람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만들었고, 둘 다 연기는 처음인데 자연스럽게 해줘 좋은 배우를 발굴한 성취감이 크다(웃음). 작사가 황쥔랑은 의외로 카메라를 두려워해 출연 안 하면 앞으로 곡을 안 주겠다고 협박한 끝에 승낙을 받았다. 하하.”
 
-연출 공부는 어떻게 했나.
 
“류웨이장·장이머우 감독 영화에서 연기하면서 배운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두 거장에게서 연기 지도를 받으며 연출 부분까지 배운 셈이다.”
 
-본인의 첫사랑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진짜 첫사랑 얘기는 아니고 영화의 배경인 예술학교, 주변 동네가 다 어린 시절 내가 자란 곳이다. 실제 데이트 경험도 많이 집어넣었다. 극 중 상륜은 음악교사인 홀아버지와 사는데 나는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우리 어머니도 미술 교사였는데 예술적 유전자를 많이 물려받았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멜로가 꽤 있다. 어떤 차별성을 노렸나.
 
“시나리오를 쓰면서 기존 영화들과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기존 영화에서는 향기나 자동차가 시공간 이동의 매개로 쓰인다. 나는 내 전공인 피아노에 착안했다. 또 기존 음악영화 속 연주 장면과 다른 앵글, 장면 연출을 보여주려 했다. 피아노 내부를 보여주는 ‘피아노 배틀’이 대표적 장면이다.” (그가 실제 연주하는 ‘피아노 배틀’은 이 영화의 백미다. 원래 클래식 연주자를 지망했던 그의 쟁쟁한 기량이 돋보인다. 검은 건반 위주인 쇼팽의 ‘흑건’을 즉석에서 조바꿈한 ‘백건’ 등을 연주한다.)
 
-잔잔한 멜로로 흐르다가 판타지로 급반전한다.

“영화든 음악이든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게 좋다. 음악도 부드러운 발라드로 가다가 갑자기 휴대전화 벨소리를 집어넣는 등 예상을 깨는 시도를 많이 한다.”
 
-‘대만의 비’로 불리며 비교되는데.
 
“비와 실제 만난 적이 없지만, 무대 매너나 카리스마가 아주 매력적인 가수다. 단 나와는 음악 스타일이 너무 달라 적절한 비유는 아닌 것 같다.”
 
-연출은 계속할 생각인가.
 
“최근 일본 만화 원작 영화 ‘슬램 덩크’ 촬영을 마쳤다. 주연과 음악을 맡았다. 앞으로 연기는 계속하겠지만 연출은 글쎄, 내 본업은 음악이다. 연기는 힘든 음악 작업 외에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일이라는 의미가 크다. 연기는 아무래도 무술 액션 쪽이 좋다. 물론 이 친구들과는 이번 영화에서처럼 추억을 위해 언제든 또다시 뭉칠 수 있다.”

◆저우제룬은 누구
 
1979년생. 근육질 몸매, 재능 면에서 ‘대만의 비’로 불리는 중화권 최고의 수퍼스타. 싱어 송 라이터에 연기·연출까지 겸하는 팔방미인이다. 18세 때 TV 오디션 프로를 통해 발굴됐고, 류더화(劉德華)·궈푸청(郭富成)·장쉐유(張學友) 등의 작곡가로 활동했다. 영화 ‘이니셜D’ ‘황후화’에 출연했으며 ‘무인 곽원갑’에서는 영화음악에도 손을 댔다. 신화통신, 일간지 ‘신경보’ 등 19개 매체가 선정한 2007년 가장 아름다운 중국 배우 조사에서 6위에 올랐다.

양성희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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