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경제 택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2일 실시된 대만 입법원(국회) 총선에서 민심은 정치보다 경제를 택했다. 특히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갈등보다 안정을 추구하려는 심리가 뚜렷했다. 그 결과 경제협력과 점진적 통일을 강조해온 야당인 국민당이 의석의 3분의 2를 휩쓰는 대승을 거뒀다.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독립과 자주노선에 집착해온 여당인 민진당은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의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국민당의 대만 정계 장악=국민당은 지역구 73석 가운데 61석에다 정당별 득표 수에 따른 비례대표의석 20석을 합쳐 모두 81석을 차지했다. 전체 113개 의석의 71.6%다. 여기에 동맹 정당인 무소속연맹(3석)·친민당(1석)·무소속(1석)을 합하면 의석 수는 86석으로 늘어나 전체의 4분의 3을 넘는다. 헌법개정은 물론 총통 탄핵과 파면까지 의결할 수 있는 의석이다. 대만의 정권이 사실상 야권으로 넘어간 셈이다. 반면 민진당은 지역구에서 13석, 비례대표 의석 14석 등 모두 27석만을 확보했다. 1986년 대만 자주와 독립을 외치며 창당한 이래 최악의 참패다. 민진당 주석인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은 12일 “이번 선거 결과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당 주석 직을 사퇴했다.

 ◆경제 무시와 갈등 조장이 참패 원인=천 총통은 2004년 재선된 이후 줄기차게 대만독립 정책을 펼치면서 중국과 긴장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경제는 엉망이 됐다. 2004년 6.15%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5%까지 떨어졌고, 양안 경제협력 강화를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어질 정도로 민심 이탈이 확대됐다.

2004년부터 천 총통이 추진한 탈중국 정책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그는 중국 관련 명칭을 대만으로 바꾸는 ‘정명(正名)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헌법에 대만 독립을 명시하고 유엔 가입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제 최첨단 무기 구매도 추진했다. 그러자 중국은 2005년 대만 독립을 막는 반 국가분열법을 만들어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을 합법화하는 등 양안 간 최고의 긴장상태가 계속됐다. 대만의 정치평론가 황촹샤(黃創夏)는 “정부의 지나친 독립노선 추구와 이에 따른 경제난으로 사회 불안감이 고조돼 민진당의 정치적 신화가 종말을 고했다”고 평가했다.

 ◆양안 안정과 교류·협력 강화 전망=대만 언론들은 13일 이번 총선으로 양안 경제협력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진당의 대만 독립과 독자적 유엔 가입은 사실상 폐기 처리됐다고 덧붙였다. 대신 중국이 2006년 제의한 양안 협력을 위한 7개 안의 건의와 중국의 대만 농산물 시장 개방 등 15개항의 구체적 방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뉴쥔자오(牛軍敎) 교수는 “선거에서 양안 협력과 평화 통일을 바라는 대만인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된 만큼 3월 총통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