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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세계화시대의 勞使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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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화가 의미하는 지구촌 규모의 경쟁은 기업경영의 모든 부문에서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얼마전까지도 전문가들이나 거론했던 다운사이징이니 벤치마킹이니 하는 전문용어들이 이제는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새로운 개념이나 경영기법들의 성공 여부가 기업종사원의 협조에 달려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강조되지 않고 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세계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산업평화가 긴요한 과제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과연 정부가 얼마나 후속정책을 그후 준비했는지 업무보고에서 별로 나타난 바 없다.또한 각 기업의 생존이 종업원의 협조에 달려있음을 기업경영주들이 새삼 느꼈는지 그 징후도 거의없다.노총이 경총과의 사회적 합의를 거부하고 있 고 정부와 경총이 노총을 달랠 방법을 찾고 있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최소한노사관계에 있어서는 세계화를 느낄 수가 없고 개혁의 바람도 불고 있지 않다.
세계화를 우리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세계화라는 추세가 강자만이 생존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시사한다는 점이다.이전처럼 국경이라는 벽도 없어지고 정부나 이익단체의 보호막도 사라진 환경에서 기업은 시장에 벌거벗은 채로 노출되어 있다.기업 뿐 아니라 근로자도 보다 능력 있고 생산성 높은 계층에만 혜택이 있다.
예전처럼 복지 지출의 확대라는 안전망의 보호를 받지못한다.세계화가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어두운 면을 한국의 정치및 경제 지도자들은 직시해야 한다.「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는」시대는 역사의 늪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한국기업의 경영주에게는 외국기업의 근로자가 경쟁상대고 한국기업의 근로자에게는 외국기업의 경영주가 경쟁상대다.
아직도 근로자가 경영자를 사갈시하고 경영자가 근로자를 빵만 요구하는 적대층으로 본다면 우리의 세계화는 가능성이 없다.
정부나 기업이 진정으로 산업평화 달성이 세계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열쇠라고 믿는다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발상이 필요하다. 물론 노조나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이제 준비해야 할 것은 기업의 도산과 정리해고.감원등 우리가 요즘 별로 경험하지 못한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이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산업평화는 임금이나 다른 보상 방법으로 근로자들을 달래는 차 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근로자들 스스로 조직의 생산성을 생각할 수 있도록정보와 의사소통을 활발히 하는 가운데 소속감을 느끼게 만들어야한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훈련과 직업교육도 근로자의 수용태세가 돼있을 때만 효과가 있다.
정부나 기업이 아무런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고 감원을 서구 기업처럼 잔인할 정도로 진행시키면 노조는 저항할 것이다.남아있는사람들도 언제 비슷한 신세가 될 지 몰라 창의성을 발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세계화로 이득을 보는 계층만 보지 말고 낙오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필요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계화에 대비한 노사평화의 정착,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우려면 노사관계 문제를 전문가의 손에 맡겨야 한다.아직도 노사문제를 공안이나 치안 차원에서 보는 좁은 안목에서 벗어나 산업평화가 국가경제를 키우는 초석임을 이해해야 한다.
***勞使政 발상전환을 그러려면 노사양측 모두에게 절실한 것이 전문가 양성이다.아무리 정부가 노사 자율을 강조해도 노사양측 모두에게 전문가가 태부족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협상이 이루어질 수 없다.
노사관계의 개혁이 제도개혁과 동시에 전문가 양성으로 뒷받침될수 있도록 정부의 발상 전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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