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 탄력받는 감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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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힌 것으로 드러나 이명박 정부가 공약에서 밝힌 ‘감세 정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세금이 원래 계획보다 더 걷히니 그만큼 세금을 줄여야 한다는 명분과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세금이 많이 걷힌 세목 대부분이 이 당선인이 감세를 약속한 것들이다. 이 당선인은 공약으로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의 양도세·종부세 인하 ▶유류세 10% 인하 ▶법인세 인하 ▶봉급생활자 소득공제 확대 등을 내놨다.

 하지만 그동안 나라 살림이 빠듯해 감세를 적극 추진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만만치 않았다. 새 정부는 세출 예산을 20% 절감해 허리띠를 졸라매면 그만큼 세금을 적게 거둬도 된다고 설명해 왔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 당선인의 공약대로라면 유류세 인하로 2조9000억원, 양도소득세 1조3000억원 등 당장 4조2000억원의 세금 수입이 줄어든다. 여기에 법인세를 5%포인트 정도 낮추면 한 해 5조원 정도의 세수가 줄게 된다. 종합부동산세 감소분과 소득공제 확대에 따른 감소분 등을 합하면 세수 부족은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이 지난해만 13조원이 넘으면서 감세의 여지는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세율 조정에 소극적이어서 국민이 과도한 부담을 졌다”면서 “새 정부는 감세정책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을 깎게 되면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예상보다 세수가 증가한 분야에 대해서는 세금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올해 종부세 대상 가구당 부담액이 평균 500만원을 넘게 된다. 나 교수는 “종부세나 양도세를 낮추면 부동산 가격이 들썩일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단기적인 부동산 가격 변동에 두려워하지 말고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잘못된 세제를 고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재경부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감세정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재경부는 그동안 부동산 관련 세금 인하는 부동산 가격을 불안하게 한다고 반대했다. 유류세 인하도 유류 소비만 늘릴 것이라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세원이 넓어진 만큼 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은 정부가 예전부터 지향하는 정책 방향이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올 세수 전망에 맞춰 세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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