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끌어 썩은 하천 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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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두겸 남구청장이 ‘발로 뛰는 현장행정’의 상징으로 애용하는 삼륜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폭이 107cm에 불과해 좁은 골목길을 쉽게 다닐 수 있다. 350만원을 주고 지난해 9월 1대를 구입했으며 주민들이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감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이자 3대를 더 구입해 업무성적이 우수한 부하직원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해가 바뀌면 지방 자치단체장마다 거창한 신년 계획을 발표한다. 김두겸(50) 울산 남구청장도 그 중 한사람이다.하지만 그의 새해 구상에는 남다른 무게가 느껴진다.지난해 이룬 실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아름다운 간판 시범거리 조성사업 우수기관 등 정부·울산시로부터 ‘우수행정’ 포상이 18건에 8억2500만원이나 된다.사업의 우수성 경쟁을 통해 따낸 인센티브(특별교부세·특별교부금)도 67억8300만원이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기초단체에 비해 5배가 넘는다.이같은 성과엔 김 구청장의 과감한 실험정신이 등불 역할을 했다.‘울산발 인사 실험’이라는 신조어를 낳은 ‘공무원 퇴출제’, 함부로 버린 쓰레기를 주민들이 연대 반성문을 쓸때까지 수거하지 않는 ‘비양심 쓰레기 미수거 시책’ 등 유권자인 주민이나 공무원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얻은 성과들이다.

 -끊임 없이 새로운 시책을 시도해‘실험 구청장’이란 별명이 따라 다닙니다.

 “전체를 위해 개별 공무원이나 주민으로서 도리를 다하자고 했을 뿐입니다. (구의원으로 나선 1997년부터) 10년간 잘못된 관행을 깨자고 떠들어도 집행부는 ‘쇠귀에 경 읽기’였습니다. 사석에서 ‘공감한다’는 반응이 전부였거든요. 그때 그때 민심에 야합하자고 소신을 포기하면 김두겸이란 이름 석자 걸고 구청장 된 의미가 없잖아요.”

 -지난해는 상복이 터졌습니다.

 “저야 깃발만 들었을 뿐 일은 직원들이 다 해낸 겁니다. 밤잠 안자고 세금 체납자를 찾아다니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꼼꼼한 현장 점검을 해주고…. 뛴 만큼 챙겨주기도 했습니다. 해당 부서와 개인에겐 포상금고과 마일리지 점수(승진·해외연수 우선 혜택 근거)도 주었고요.”

 -올해도 눈에 띄는 큰 사업들이 많습니다.

  “울산시가 태화강을 확 바꿨듯이 썩은 냄새가 나는 무거천과 여천천을 살아 숨쉬는 생태하천으로 변모시킬 겁니다. 세계 최초로 하천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정화하고 맵시좋은 수변식물도 심고, 산책로·분수·폭포도 만들고 노천카페 등 길거리 문화도 조성하고….정부의 특별교부세 6억원 등 64억원의 예산도 확보해놨어요.”
 -환경에 관심이 큽니다.

 “1인당 총생산 4만8000달러에 걸맞게 싱가포르처럼 쓰레기 없고, 쾌적한 도시를 만들라는게 주민의 명령입니다. 선암수변공원에서 신선산~대공원~문수경기장~삼호산~남산을 거쳐 태화강 둔치까지 울산의 도심 허파를 잇는 길이 24㎞의 오솔길(솔마루길)을 만들 겁니다. 환경 실크로드죠. 굴뚝 없는 산업인 고래관광 시대도 엽니다. 장생포 고래박물관 일대에 포경산업이 한창이던 때의 모습을 재현하고, 살아있는 고래와 만날 수 있는 수족관·치료실도 들어섭니다.”

 -올해도 ‘비양심 쓰레기 미수거’처럼 주민에게 껄끄러운 요구를 할 겁니까.
 “배출시간 어겨 쓰레기 내놓으면 벌금 10만원, 공한지 토지 청결유지 명령제, 거주자 우선주차제 전면시행…. ‘쓰레기 없는 클린도시 조성’ 방침들인데 귀찮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주변이 깨끗하고 살기좋아지면 집값부터 달라진다는 것 주민들이 더 잘 알아요.”

 -문화가 꽃피는 예술도시란 구호도 내걸었습디다.

 “2억4000만원을 들여 공연용 이동차량을 구입했습니다. 메세나 운동을 통해 저변이 확대된 지역 예술인들이 펼칠 무대지요. 선암수변공원·울산대공원·태화강 등 생태 광장을 찾아다니며 주민들a과 어울릴겁니다. 안방에 갇힌 놀이문화를 노천카페 같은 광장으로 끌어낼 겁니다. 미술 공모전, 유채꽃·해바라기꽃 사진촬영대회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울산남구는 이달초 구 전체의 모습을 조율할 도시디자인과를 신설했다. 2021년 남구의 모습에 맞춰 도시를 통일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2021 남구 비전’ 용역도 발주했다. 둘 다 울산시내 기초단체로는 처음이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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