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MB 측에 ‘최후통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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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한 식당에서 열린 측근 의원들과의 만찬회동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전 대표가 10일 공천 갈등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에 ‘최후통첩’을 했다.

 “공천이 과거로 돌아간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하겠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해 지난 2일 “당헌·당규에 따라야 한다”고 했던 것과 비교할 때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더구나 박 전 대표의 발언은 대선 뒤 처음 열린 ‘계파 의원’ 회동에서 나왔다.

 당초 이날 모임의 명분은 신년회를 겸해 정계 은퇴를 선언한 김용갑 의원의 위로연이었다. 그러나 김무성 최고위원과 유승민·이혜훈 의원 등의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다.

 “이 당선인 측이 밀실 공천을 통해 박 전 대표 측을 잘라내려 한다”는 ‘살생부 괴담’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이런 분위기를 십분 이해한 것 같았다. 참석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그는 작심한 듯 5분여간 이 당선인 측을 겨냥,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표의 중국 특사 단장직 수용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하던 공천 갈등은 전면적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그는 “자꾸 당내에서 전략적으로 공천을 최대한 늦춘다든지, 물갈이를 한다든지 하는 이상한 얘기가 나온다”며 “누가 누구를 향해 물갈이를 한다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당원과 국민이 볼 때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공천 시기와 관련, “계속 늦춰 아주 촉박하게 물리적으로 충분한 심사의 여지를 주지 않고 공천을 한다면 결국 비공식적으로 밀실에서 공천이 이뤄지고 형식적으로 심사해 발표해 버린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공천심사위원회를 빨리 구성하라는 의미다. 박 전 대표는 “공천이 새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을 맺었다.

 박 전 대표는 김무성 최고위원이 주장한 이방호 사무총장 퇴진론에도 힘을 실어줬다. 그는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다 봤다. 옳은 지적이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 중간중간엔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 의원은 “정말 속이 시원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11일 이명박 당선인과 중국 특사 자격으로 만난다. 한 측근은 “면담 자리는 정치 현안을 얘기하기 어색한 만큼 미리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해 두려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회동에선 당이 구성한 총선준비위원회에 대해 “불공정한 구성이며 공천심사위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의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날 모임엔 정희수 의원이 개인 사정을 이유로, 김기춘·김영선·허태열·김태환 의원이 해외 체류 중이어서 불참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조해진 당선인 비서실 부대변인은 "당선인은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주변에선 "박 전 대표가 정치적 이해에만 매몰된 듯해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았다.

글=이가영 기자 ,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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