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5일 인수위는 … 측근들 “난 목소리 없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한 지 10일로 보름이 지났다. 이제 인수위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리더십이 살아 숨쉬는 현장으로 여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앞선 정부와 다른 ‘이명박 스타일’로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 통의동 당선인 사무실은 연일 새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①통화기록 조회 동의서 받기도=“설익은 정책이나 인사 내용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라”는 이 당선인의 엄명으로 핵심 측근들의 휴대전화는 며칠째 불통이다. 특히 조각(組閣) 작업, 정부조직 개편 같은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정두언 비서실 보좌역, 박영준 비서실 총괄팀장, 곽승준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 박재완 정부혁신·규제개혁 TF팀장 등 핵심 측근들이 대표적이다. 참다 못한 기자들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난 당분간 목소리가 없어요’ ‘전화 못 받는 불쌍한 인간을 너그럽게 봐주세요’ ‘제발 좀 꼬시지 말라’는 답장이 돌아온다.

최근 비공개로 논의한 정부조직 개편 내용이 일부 언론에 실시간으로 보도된 뒤엔 비서실 직원들과 인수위 관계자 일부가 자신들의 통화기록을 조회해도 좋다는 ‘개인정보 조사 동의서’에 서명한 일도 있다.

 ②직접 전화 거는 당선인=며칠 전 통의동 당선인 사무실에 밤 늦게 남아 있던 한 실무직원은 전화를 받다가 깜짝 놀랐다. 4층 집무실에 있던 이 당선인이 3층 사무실에 직접 전화를 건 것이다. “어∼, ○○○씨 자리에 없나?”

  또 밤 늦게 사무실을 방문하는 일도 잦아 직원들에겐 스트레스이자, 업무 촉매제로 작용한다.

 ③간소화된 업무 보고=8일 끝난 정부 부처의 업무 보고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분위기 때문에 보고 주체가 각 부처의 실·국장급 몇 사람만으로 제한됐다. 6일 법무부·검찰의 업무보고 땐 실무자들이 업무보고장을 가득 채웠다가 “여긴 국회 상임위나 청문회장이 아니다. 여기서 할 일이 없으니 돌아가시라”는 김형오 부위원장의 말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5일 정부조직 개편을 놓고 7시간 동안 열린 회의처럼 이 당선인이 참여하는 마라톤 회의가 많아 샌드위치나 도시락 소비량도 크게 늘었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