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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부자 마을’ 변신 프랑스 플라망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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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프랑스 서북부 바스 노르망디 지방의 도버해협 인접 도시 플라망빌. 인구 1700명에 면적은 8㎢ 정도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지만 프랑스 어느 도시 못지않게 잘사는 곳이다. 주민들이 “앞으로 100년 동안은 먹고살 걱정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게 된 것은 1970년대 초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면서부터다.

 철광석이 많이 매장된 광산도시였던 플라망빌은 60년대 이후 아프리카의 값싼 철이 대량으로 유럽에 유입되면서 단숨에 폐광도시로 전락해 버렸다. 주민들은 일거리를 찾아 마을을 떠났다. 한때 1000명 안팎이던 인구는 70년께 350명까지 떨어졌다. 농부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을을 떠났다. 마을은 시청 외에는 변변한 건물이 없을 정도로 폐허나 다름없었다.

 쇠락의 길을 걷던 플라망빌은 폐허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민 투표를 통해 원전을 선택했던 것이다. 파트릭 포숑 시장은 “당시만 해도 프랑스에서는 방사능 물질 유출 우려 때문에 원전을 반대하는 분위기여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원전 시공업자들과 전력공사(EDF) 직원들이 들어오면서 마을에 활기가 찾아왔다. 음식점과 호텔·민박집·상점이 새로 생겨났다. 일거리가 없이 노는 사람도 사라졌다. 내친김에 2호기까지 유치했고 85년 완공될 무렵 마을은 완전히 다른 곳이 됐다. 인구도 크게 늘어 다시 1000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지난해 다시 주민 투표를 통해 3호기를 유치했다. 플라망빌에 직접 들어오는 지방세 수입은 연간 300만 유로(약 42억원)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마을에 비해 다섯 배 이상이나 된다는 게 시청의 설명이다. 여기에 간접적인 수입까지 더하면 두 배가 넘는다. 포숑 시장은 “마을 주민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대도시 못지않다”고 자랑했다. 마을 외곽에는 시 예산으로 승마장과 요트장, 현대식 실내 수영장도 만들었다.

 플라망빌 시청 옆에 있는 음식점 ‘랑트르 누’는 지난달 새로 생긴 집이다. 이곳 사장은 “인근 셰르부르에서 태어나 계속 그곳에서 살았지만 플라망빌이 올해 또 원전을 유치하자 돈이 될 것으로 보여 짐을 싸고 왔다”고 말했다. 포숑 시장은 “플라망빌에서는 일하고 싶은 사람 모두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업률은 사실상 제로나 다름없다고 한다. 앞으로 2∼3년 내 인구는 2000명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게 시 당국의 예상이다.

 플라망빌이 속한 피우 지역과 우리의 도에 해당하는 망슈 지역의 세수도 60% 이상 플라망빌의 원전에서 나온다. 1700명의 소도시가 1개 도를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플라망빌=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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