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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기름 대신 넣어서 엿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중앙일보

입력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던가. 지난해 수학능력시험에서 발생한 복수정답 파문은 1964년 전기중학입시의 '무즙파동'과 닮은 꼴이다.

명문 중학교 입학을 위해 초등학생까지 과외를 받아야 했던 그해 12월 7일. 서울시내 전기중학입시 공동출제 자연 18번 문제로 '엿기름 대신 넣어서 엿을 만들 수 있는 것은?'이라는 사지선다형 문제가 출제됐다. 정답은 '디아스타제'.

하지만 한국 학부형들의 유난한 교육열은 "무즙도 정답이다"라고 주장했다. 학부형들은 실제로 무즙을 며칠씩 고아서 엿을 만들어 교육감에게 가져가 "엿인지 아닌지 먹어보라"며 시위를 벌이고, 자연과목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이는 등 커다란 사회문제로 파급됐다.

학부형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당국에선 「디아스타」제만을 정답으로 인정하고 합격자를 발표하고 말았다. 한두문제 차이로 등락이 결정되던 시절이라 이 학생들은 당시 최고명문이었던 경기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흥분한 낙방생 38명의 학부형들은 65년 오늘 (2월25일) 무더기로 임시합격 확인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 3월30일 원고 승소판결로 이들은 5월에 모두 추가 입학되었다.

그후에도 '무즙 소동'은 계속되었다. 당시 추가 입학된 학생은 경기중 30명, 서울중 4명, 경복중 3명, 경기여중 1명인데 이틈을 타 15명의 학생이 뒷문 입학을 한 것이 드러나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청와대의 두 비서관, 문교부의 차관 및 보통교육국장, 서울시교육감, 학무국장 등의 무더기 인책사임으로까지 확대된 끝에 7개월만에 결말을 지었다.

당시 국가고시제로 실시되던 중학입시는 이 소동으로 이듬해인 67년부터 학교 단독입시제로 바뀌었다가 뒤이어 터진 '입시문제 누설소동('65)' '초등학교 학구위반사건 ('66)' '창칼파동('68)'으로 인해 결국 1968년 정부의 중학교 무시험 진학제를 도입방침에 따라 추첨제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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