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호원정기>1.마운틴 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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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세계적 알파니스트 허영호(許永浩.40)씨를 대장으로 한 오세아니아洲 원정대 8명은 지난해 10월8일부터 12월8일까지 62일동안 오세아니아洲최고봉인 뉴기니의 칼스텐츠(4,884m)와 뉴질랜드의 마운틴 쿡(3,754m)를 등정했다.
許씨는 이 기간중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정복한 에드먼드 힐러리경을 만나 대담을 가졌으며 뉴기니에서는 구석기시대 생활을 하는원주민을 탐사하기도 했다. 許씨의 원정기를 주1회씩 5회에 걸연재한다.
우리 원정대는 지난해 10월8일 김포를 이륙,남반구에 있는뉴질랜드로 향했다.비행기가 도착한 뉴질랜드의 수도 오클랜드市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대원들과 점심을 햄버거로 때운 뒤 마운틴 쿡(3천7백54m)을 오르기 위한 중간지점인 클라이드처치로 떠났다.10일에는 최종도착지인 쿡빌리지행 비행기를 탔다.
쿡빌리지(7백60m)는 마운틴 쿡을 등정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조그마한 마을.마운틴 쿡을 등정하려는 탐험대들은 이곳에 있는 산장에 묵으면서 기상상태를 체크,등정시기를 결정하게된다. 마을 바로 앞에는 마운틴 쿡의 장엄한 빙하와 만년설이 태양에 반사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마운틴 쿡은 아름다운 외양과는 달리 무척 변덕이 심한산으로 전문산악인들에게는 등정이 쉽지 않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서해안과 근접한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많은 비가 내려 기상변화가 심하고 산간지대에는 눈사태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었다.뉴질랜드에서는 원주민어로「아오라키(aoraki;구름을 찌르는산)」라고 불릴 만큼 경외의 대상이기도 했다.
등반적기는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10월 등정은 오르기가어려운 동계등반에 속했다.우리가 등정을 시도하는 시점은 1894년 초등 이후 1백주년이 되는 해였다.
우리는 쿡빌리지 샬레산장에 짐을 풀고 시간이 날 때마다 마운틴 쿡을 바라보며 날씨가 좋아지기만 기다렸다.
10월13일 일정이 빡빡한 우리로서는 더이상 기다릴수 없었다. 대원 5명과 함께 마운틴 쿡 2천2백m 지점에 있는 플라토산장까지 가기로 하고 나머지 대원은 날씨가 좋아지면 헬기로 플라토산장까지 날아오기로 했다.
빙하 입구인 모레인지대까지는 버스를 이용했다.자 이제부터 걸어야 한다.걸음을 재촉해 12시20분 볼산장(9백85m)에 도착했다.볼산장에는 7~8명이 잠을 잘 수 있는 숙박시설과 태양열을 이용한 비상용 무전기 시설이 돼있었다.
밖에는 강한 바람과 진눈깨비가 대원들을 괴롭혔다.우리는 돌사태지역을 지나 볼빙하에 접어들었다.크레바스지대를 피해가면서 저녁 8시쯤 크레바스 중간지점에 텐트를 칠 수 있었다.내일은 빙하를 넘어 플라토산장까지 가야 한다.플라토산장까지 가는데는 하루가 꼬박 걸려야 했다.헬기를 타고온 나머지 대원들과도 합류했다. 10월15일 쿡정상을 향해 떠나려 하는데 밖의 날씨가 갑자기 사납게 변했다.강한 눈보라 때문에 50m떨어진 화장실 가기도 힘들었다.풍속계로 풍속을 재어보니 초속 40m.2~3명이팔짱을 끼고 움직여야만 겨우 행동할 수 있었다.하루를 기다리기로 했다.
16일 오후 3시쯤 날씨가 좋아지고 바람도 불지않았다.기상이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가자」는 쪽으로 결정했다.
식량은 2일분치를 준비했다.큰 크레바스지대를 어렵게 통과,린다빙하 중단부에 텐트를 설치했다.
머리 위쪽으로 눈사태 위험이 있기는 했지만 가능한 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2천6백m 지점이었다. 내일은 이곳에서 정상을 공격할 예정이다.좁은 텐트공간에서 8명이 생활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바람이 다시 불어왔다.
한쪽에서 아예 텐트를 떠받치고 있어야 했다.제발 바람아 불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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