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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을 달굴 한국의 스포츠 스타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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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20면

올해 김연아의 목표는 숫자 ‘200’과 ‘3’으로 요약된다. 200은 ‘꿈의 스코어’로 불리는 합계 200점, 3은 12월 그랑프리 파이널(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3연속 우승하는 일이다. [중앙포토]

박태환 우리 생애 최고가 될 3분40초

그들의 투혼에 우린 뜨거워진다, 하나가 된다

‘우리 생애 최고’라는 표현은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2008년 최고의 순간’임은 분명할 것이다. 수영모와 고글을 쓴 ‘마린 보이’ 박태환(20)이 오는 8월 베이징올림픽 수영경기장 출발선에 서는 순간 ‘긴장’은 온 국민의 몫이 된다. 4년 전 아테네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부정출발로 실격한 뒤 화장실에 숨어 홀로 눈물을 펑펑 흘렸던 ‘중3’ 소년은 세계가 주목하는 키 1m83㎝의 청년으로 훌쩍 커버렸고, 그의 등 뒤에는 4800만 국민의 응원이 자리 잡고 있다. 3분40초 이내에 박태환이 50m 레인을 8번 오갈 수 있다면 금메달은 ‘떼놓은 당상’이다. 남자 자유형 400m의 세계신기록은 은퇴한 이언 소프가 지난 2002년 작성한 3분40초08. 박태환의 최고기록은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 우승 당시의 3분44초30이다. 4초가량의 격차가 있지만 박태환은 4년 전인 2004년 3분56초대였던 400m 기록을 무려 12초나 앞당긴 페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라이벌인 호주의 그랜트 해켓은 “소프의 세계기록을 깨뜨릴 수 있는 선수는 박태환”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호주에서 새해를 맞은 박태환은 오는 8월까지 미국 LA와 일본 등지에서 전지훈련을 한 뒤 결전지인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간다.

▶‘박태환의 왼팔’

박태환은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왼팔 장애 논란’에 휩싸였다. 유년시절 친구 집에서 놀다 왼팔이 부러졌는데 당시 교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왼팔이 약간 바깥쪽으로 휘었다는 것. 왼팔의 각도 때문에 밸런스 잡는 데 애를 먹었지만 박태환의 강점인 ‘물잡기’에는 탁월한 효과를 보여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김연아 실수만 없애라 ‘꿈의 200점’

“너무 힘들어 은퇴시켰으면 큰일날 뻔했다.”(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
하마터면 한 어머니의 뼈아픈 후회가 될 뻔했고, 한국 국민의 아쉬움이 될 수도 있었다. 나아가 전 세계 피겨 팬의 손실이 될 뻔했다.

김연아(18·군포 수리고)의 2008년을 상징하는 숫자는 ‘200’과 ‘3’이다. 지난해 국제피겨연맹 주최 그랑프리 대회 최고 공인 점수는 김연아의 197.20점. 고난도 기술을 펼치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는 아사다 마오(일본)에 비해 정확한 기술과 뛰어난 표현력을 앞세우는 김연아는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첫 합계 200점 돌파 후보로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일단 첫 번째 도전무대는 3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실수만 없다면 김연아는 꿈의 200점 돌파와 한국인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 획득이 유력시된다.

‘3’은 12월 한국 유치가 확정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성패가 좌우된다. 지난해까지 그랑프리 파이널 2연패를 이룬 김연아는 이변이 없다면 한국 팬들 앞에서 3회 연속 우승의 대기록에 도전한다. 이리나 슬러츠카야(러시아)와 타라 리핀스키(미국)가 2회 우승을 기록했지만 3연패를 이룬 선수는 없다.

▶ 김연아의 콧구멍은 하트

인터넷에선 김연아의 콧구멍(사진) 모양도 뜨거운 화제가 됐다. 김연아의 경기 모습을 캡처한 사진을 올려놓은 한 네티즌이 김연아의 콧구멍 모양이 ‘하트’인 점을 강조하며 ‘김연아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주장한 것. 네티즌들은 “콧구멍뿐만 아니라 귀도 하트 모양”이라며 피겨요정의 미를 칭송(?)했다.

박찬호 서른다섯이 된 코리안 특급의 도전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기는 것은 선수들의 무시무시한 파워나 화려한 테크닉을 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이 여전히 주목받는 것은 그들의 인생역정에
‘감동’과 ‘인간 승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찬호(35·LA 다저스)는 2008년 의미 있는 도전을 펼친다. 파워피처로서 빅리그를 호령했던 100승 투수의 ‘훈장’ 대신 루키의 자세로 돌아가 스프링캠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스타트는 2월이다. 박찬호는 베로비치의 다저스 스프링캠프에 합류, 명장 조 토레 감독 앞에서 마지막 테스트를 받는다. 빅리그에 다시 선 ‘코리안 특급’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아니면 쓸쓸히 잊혀지는 ‘왕년의 스타’로 전락할지. 모든 게 박찬호의 어깨에 걸려 있다.

▶ 박찬호의 정의감

박찬호 어록이 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전 기간 동안 주목받았다. 올림픽 예선을 앞둔 박찬호는 부상을 걱정한 소속팀 LA 다저스로부터 ‘예선전에 출전하지 마라. 계약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고민하던 박찬호는 “정의감으로 대표팀을 택한다”며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고, 네티즌들은 베테랑 투수의 결단에 박수를 보냈다.

박지성 부상 털어낸 산소탱크 “보여줄 게 많다”

젊은 층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맨유는 ‘국민 구단’이 돼버렸고, 퍼거슨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감독만큼이나 친숙한 존재다. 그런 퍼거슨 감독이 지난 연말부터 신이 났다. 박지성(27·맨유)이 무릎 수술 이후 9개월 만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선덜랜드전에서 복귀무대를 가진 박지성은 차츰 선발출전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퍼거슨 감독과 영국 언론들은 마치 ‘립서비스’하듯 박지성의 ‘종횡무진 플레이’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박지성은 “아직 보여줄 게 많다”고 한다. 맨유의 리그 2연패 도전과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박지성의 플레이를 꾸준히 감상할 수 있다.

▶ 박지성과 위닝일레븐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누비지 못하는 동안 박지성은 무엇으로 ‘질주 본능’을 잠재웠을까. 바로 ‘위닝일레븐’이란 축구 게임이다. 축구 게임을 즐기는 맨유 선수 가운데서도 박지성은 고수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단짝 친구인 에브라와는 치열한 게임 맞대결을 벌이며 우정을 쌓은 케이스다.

김광현 2008 프로야구의 ‘시장 주도주’

만약 프로야구의 2008시즌에서 ‘유망한 종목’을 찾는다면 주저없이 SK의 2년차 투수 김광현(20)에게 투자하면 된다. 시속 150㎞를 찍는 스무살 왼손투수. “큰 투수가 탄생했다”는 SK 김성근 감독의 평가는 ‘가치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보증과 다름없다.

잠재력뿐만 아니다. 시즌 막판 보여준 ‘놀라운 실적’도 주목해야 한다. 시즌 성적은 3승7패에 그쳤지만 다승1위 두산 리오스와 맞붙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선 7과 1/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팀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탄력받은 김광현은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 일본시리즈 우승팀 주니치와의 게임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아시아의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을 받았다. 2008년 야구팬들은 또 하나의 괴물투수의 성장을 지켜보는 행운을 가지게 될 것이다.

▶ KT 집전화스? KT 다이얼스?

KT의 프로야구 입성이 가시화되면서 네티즌들이 제안한 새로운 팀 명칭이다. 통신기업인 KT의 성격에 맞춰 쏟아놓은 ‘농담 섞인’ 팀 명칭이지만 새 구단에 대한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KT가 창단한다면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SK와는 뜨거운 ‘통신 라이벌’ 관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KT가 가장 경계해야 할 투수는 바로 김광현이다.

그 외 한국 축구대표팀은 2월 6일 투르크메니스탄전을 시작으로 월드컵 7회 연속 본선 진출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월드컵 3차예선의 하이라이트는 3월 26일 북한에서 벌어질 남북 축구 대결. 지난 1990년 남북 통일축구 이후 18년 만에 갖는 북한 원정경기다.

유럽축구에 중독된 팬들에게 가장 달콤한 이벤트인 유로 2008이 오는 6월 7~29일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서 펼쳐진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충격의 예선탈락 수모를 겪었고, 유럽의 축구 강국들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른다. 베이징올림픽에선 박태환과 함께 한국의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장미란(25·고양시청)이 ‘아름다운 힘자랑’을 펼친다. 세계선수권 3회 연속 우승을 이뤄낸 장미란과 라이벌 중국 무솽솽의 대결이 하이라이트다.

임창용(32·야쿠르트)이 가세한 일본 프로야구에선 한국선수들의 삼국지가 펼쳐진다. 이승엽(32·요미우리)의 홈런 퍼레이드, 일본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이병규(34·주니치)의 활약 여부가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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