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왕따'는 사회惡, 뿌리 뽑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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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같은 반 급우를 괴롭히는 왕따 동영상이 제작된 학교의 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집단 따돌림 동영상이 유포된 뒤 상당히 괴로워했다는 가족과 학교 관계자의 말로 미뤄 교장은 모든 책임을 떠안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교장의 정확한 자살 원인은 경찰과 교육청의 조사로 밝혀지겠지만 학교폭력이 결국 교장을 죽음으로 내몬 셈이다. 교내 폭력을 근절하는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왕따 없는 교육현장을 조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학교폭력은 전국의 모든 초.중.고 학생들 사이에서 일종의 놀이처럼 죄의식 없이 집단적으로 이뤄질 정도로 만연해 있다. 최근에는 싸움을 잘하는 학생들 중심으로 형성된 교내 패거리인 '일진회'가 학교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조폭 수준의 폭력을 행사하고 있을 정도다. 각종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의 40% 정도가 피해를 봤다고 한다.

특히 왕따를 당한 뒤 교사나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보복을 당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내 자식은 괜찮겠지, 우리 학교에는 폭력학생이 없겠지 하는 부모와 교사의 안이한 자세가 교내 폭력을 비호하고 확산시키고 있다. 폭력을 목격한 뒤에도 피해를 볼 것 같아 외면하는 학생 간 분위기도 이에 일조를 한다.

학교인지, 뒷골목인지 모를 만큼 심각한 학교폭력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왕따는 상대의 인격을 말살하는 가장 비열한 행동이다. 사회악의 씨앗이 어린 시절 뿌려진다는 사실에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무분별하게 제작되는 폭력배 영화에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 영화 돈벌이에 우리 어린 생명들이 썩어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교내 폭력을 방관하고 덮어두려는 교원사회의 비겁함도 없어져야 한다. 교사들이 악을 보고도 회피한다면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공부는 학원에 빼앗기고 이제 아이들조차 보호할 힘이 없다면 학교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교사.경찰.검찰이 나서 학교폭력, 왕따를 추방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일진회 같은 학생 조직폭력배를 소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