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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종화.현대유화 라이벌서 동반자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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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산(大山)석유화학단지의 숙명적 라이벌인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이 공동으로 나프타분해공장(NCC.크래커)증설을 검토중이어서 성사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설계.완공.가동에 이르기까지 두 그룹 특유의 라이벌의식으로 사사 건건 경쟁해온 두 회사가 공동크래커의 건설을 추진하는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현재 이들 두 회사는 석유화학의 다양한 응용부문인 하류(下流.다운스트림)부문의 대규모 증설을 다투어 추진중이다.당초 잡아놓은 공장부지가 절반이상 남아있고 동아시아지역의 석유화학경기도3~4년간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 이다.그런데 하류부문의 증설을 추진하려면 필연적으로 원료인 기초유분의 안정적 공급이 필수적이다.현재 각사가 가진 NCC용량으로는 기초유분 수급이 현재도 빠듯하다.크래커의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연산 40만t규모의 크래커 1기(基)를 증설하는데 땅값을 빼고도 발전소등 지원공장을 포함해 최소 3천억~4천억원의 막대한 돈이 든다는 점이다.또 크래커에서 나오는 각종 기초유분의 소화를 위해서 현재의 일관생산 체제를 세트로 갖춰야 해1조원이 훨씬 넘는 대규모 투자를 추가로 감수해야 한다.게다가두 기업이 모두 크래커 증설에 나서면 이를 소화할 국내.외 수요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대관계자는 『이같은 배경에서 공동크래커 건설의 아이디어가 나와 현재 실무및 고위관계자들 간에 사업성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위험부담과 투자비부담을 모두 절반정도로 나눌 수 있고 대외적인 이미지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 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삼성관계자도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삼성과 현대의 사업확장을두려워해 크래커 증설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있는 기존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단지중심으로 수급균형을 맞추도록 하면 여천이나 울산단지의 유화회사들이 간섭할 명분을 잃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월동주(吳越同舟)격인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내부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기업문화가 근본적으로 다른 두기업이 일시적인 이익을 위해 공동으로 사업을 벌일 경우 두고두고 분쟁의 소지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공장을 어느 회사에 지을것인지,나오는 기초유분을 어떻게 나눌 것이지 등의 조정이 쉽지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일각에서도 『같은 단지내 용수공급용 배수관조차 따로따로 묻고 부두시설도 각각 건설할만큼 경쟁심이 강한 두 기업의 성향으로 볼 때 이번 프로젝트가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鄭在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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