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환자 급증세-암발생 연령 낮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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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광견병은 일단 발병하면 거의 1백% 사망해 치명률(致命率)이가장 높은 질환의 하나지만 발생 자체가 학계에 공식보고될 정도로 희귀한 질환.
거꾸로 감기는 한두번 걸려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발생률(發生率)은 높지만 아무도 감기에 걸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암은 치명률과 발생률이 다같이 높아 궁극적으로 한국인 4명당 1명은 암때문에 사망할 정도다(93년 통계청 자료).암이 공포의 대상인 것도 바로 이 때문.
재미있는 것은 암 역시 인구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수십년간 관찰하면 일정한 패턴으로 변화하는 흥망성쇠의 역사를 지닌다는 것. 21세기 인류 최후의 공적(公敵)으로까지 지목받는 암의 최신 경향을 알아본다.
◇암순위 변화=최근 국내외 암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암발생 순위변화에 대해 대한암협회 김진복(金鎭福.서울의대교수)이사장은우리나라에서 만년 3위였던 폐암이 간암을 제치고 확고부동한 남성암 2위로 부상한 것과 미국에서 전립선암이 폐 암을 1위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을 꼽았다.
얼핏 비슷한 자리바꿈 같지만 임상적인 의미는 사뭇 다르다.
전립선암은 자신이 암에 걸린지도 모른채 사망할 정도로 진행속도가 느려 15년 생존률이란 용어가 통용되는 반면 폐암은 모든암중에서도 가장 치료하기 어려워 한때 조기진단 무용론마저 대두됐을 정도기 때문이다.
암도 부위에 따라 악성도가 다른 점을 감안할 때 폐암이 증가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선 결코 반갑지 않은 소리라는 것.
암사망률과 암발생률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암발생률은 말그대로 특정 암의 발생빈도를 의미하는 반면 암사망률은 특정 암이 얼마나 치명적이고 악성도가 높은지를 나타낸다. 가령 미국의 경우 여전히 폐암이 남녀공히 암사망률 1위이긴하나 암발생률은 피부암.남성의 전립선암.여성의 유방암등 비교적온순한 암이 1위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것.
즉 많이 걸리는 암과 죽는 암이 따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불행하게도 위암.폐암.간암.자궁경부암등 사망률이 높은 암이 발생률도 높은 추세여서 「암=죽는 병」이란인식이 앞으로도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암연령 변화=최근 위암수술을 받은 레슬링의 송성일(宋聖一.
26)선수나 상계백병원에서 국내 최연소 위암진단을 받은 12세여아의 경우 때문에 한때 암발생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빚었다.
실제 현재 세브란스병원 암센터에 입원중인 90명의 암환자를 연령별로 조사한 결과 39세 미만은 27명으로 전체의 30%를차지했으며 90년 1월 이후 현재까지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위암환자 1천1백48명중 1백39명(12%)이 39 세 이하였다는것. 그러나 서울대의대 안윤옥(安允玉.예방의학)교수는 『아직 암발생 연령이 낮아졌다는 어떠한 역학연구 결과도 없다』며 『다만 일반인이나 의사들이 피부로 느끼는 암연령 저하는 실제 암 자체의 특성변화보다 조기진단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분석했다.
◇암의 전염성 확인=물론 암은 직접 전염되진 않는다.
그러나 위암의 헬리코박터세균,자궁경부암의 파필로마바이러스,간암의 B.C형 간염 바이러스가 모두 강력한 발암원으로 학계에서인정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결국 암도 전염되는 셈.
문제는 이들 세균과 바이러스가 원인인 암들이 모두 한국인에게가장 많은 암과 일치하며 실제 헬리코박터균의 경우 90% 이상의 감염률을 보인다는 것.결국 청결한 개인위생관리를 통해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길게 볼 때 이들 암에 걸 릴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洪慧杰기자.醫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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